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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65호 특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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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양극화의 쓰나미 한ㆍ미 FTA
노동조건 악화, 실업과 비정규직 증가를 몰고 오는 사회 양극화의 쓰나미 한ㆍ미 FTA

정병기 || VIEW : 803/106
 
한ㆍ미 FTA를 거시경제적 충격요법이라고 한다. 그러나 노동자의 시각에서 볼 때 한ㆍ미 FTA는 또 다른 역경으로 다가오는 새로운 병균일 뿐이다. 이 새로운 병균은 선택적으로 침투하여 다수의 골수를 뽑아 특정 소수에게 몰아주는 특이한 바이러스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ㆍ미 FTA 체결 직후 단기적으로 0.51%, 즉 약 8만 5천명의 실업자가 증가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이 강화되고 그에 따른 생산성 증가까지 고려할 경우에는 고용이 3.30% 포인트 증가하며, 생산성 증가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에도 0.63% 포인트의 고용이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적 분석은 성장률 제고와 경쟁력 강화를 가정한 계산일뿐이다. 미국상품의 범람으로 우리 산업이 더욱 취약해질 경우도 가정해야 한다. G7에 포함되는 캐나다에서조차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된 1989년 이후 3년 동안 생산시설의 25%가 상실되었으며, 1992년 캐나다의 실업자 수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캐나다, 미국과 FTA 체결 이후 생산시설 25% 상실

고용 증대가 예상되는 부문도 섬유, 의류, 가죽제품업에 한정되며, 서비스업종에서도 금융업과 R&D 외에는 단순서비스업 정도에 불과하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3D업종으로 분류되거나 단기차익을 노린 미국 투자 침투에 따른 고용 증대가 예상될 뿐이다. 화학, 기계, 전자, 전기 등 주요 제조업 부문에서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고용증대를 예상하지만 노동연구원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뿐 아니라 일자리 상실도 우려된다고 분석하였다. 더욱이 한ㆍ미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의 국민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BIT 2004년 모델’에 근거해 한ㆍ미 FTA가 체결되면 외국자본이 끼칠 폐해를 규제할 근거도 사라진다. 미국계 자본이 국내기업을 인수ㆍ합병할 경우 ‘고용승계’, ‘단체협약 승계’, ‘내국인 일정비율 고용’ 등의 의무를 지울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외국자본 폐해 규제 근거 사라져

개방의 충격요법 논리는 오로지 경쟁력 제고이다. 곧 서비스 시장의 개방을 통해 경쟁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것이며 선진 고용기법이 도입될 것이라는 논리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경영에서 구조조정이 고용안정의 논리로 이어지는 경우는 없다. 이른바 선진 고용기법이라는 것도 비정규직의 양산을 말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또다른 충격요법이라 불리는 IMF 사태 이후 우리 경제가 회생한 것이 IMF지원금 덕택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상술한 바와 같이 지나치게 안이한 결과론적 사고이다. IMF 외환위기의 극복은 충격요법의 결과도 아니었으며,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유연화의 자동적 결과도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고통분담’이라는 정부와 자본의 논리에 장단을 맞춘 점도 있지만, 당장의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노동자와 민중들의 허리띠를 졸라맨 인고의 결과물이었다.
한ㆍ미 FTA 찬성론자들의 계산은 결국 경쟁력 열위 부분의 구조조정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물론 실업자를 위한 각종 사회보장정책을 내놓겠다고 하지만 아직 어느 것도 구체화된 것이 없다. 우선 FTA를 체결하고 구조조정을 한 다음 나중에 문제가 되면 그때 하겠다는 것이다. 경쟁력 강화 여부와 관계없이 어떤 상황이든 구조조정은 기정사실화될 것이 자명하다.


선진 고용기법은 비정규직 양산

한ㆍ미 FTA가 체결된 후에 정부와 자본의 논리는 또 어떠할지 자못 궁금하다. “자, 이제 엄혹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그것도 초강대국 미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력 없는 자는 도태되어야 한다.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비용을 줄여야 한다.”라고 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노동비용도 줄이고 노동외비용도 줄여 임금과 사회보장혜택을 축소하고 비정규직을 더욱 확대할 명분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경쟁력 열위 부문의 퇴출과 비정규직 양산으로 이어지는 구조조정은 분명 사회의 양극화를 부추길 것이며, 이 나라를 두 개의 나라와 두 개의 국민으로 만들어 갈 것이다. 곧, 노동자의 시각으로 보는 한ㆍ미 FTA는 실업자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사회를 양극화하는 쓰나미인 것이다.


한ㆍ미 FTA는 사회 양극화 쓰나미

그럼에도 한ㆍ미 FTA를 추진하는 것은 분명 이 나라 정부이다. 돌팔이 의사의 오진이 아니라면 의도적인 사기극이다. 그러나 돌팔이 의사 가설은 미국에 앞서 FTA 체결을 주장하고 준비해 왔다는 정부 스스로의 얘기와 어긋날 뿐만 아니라 참여정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청문회조차 제대로 열지 않은 점으로 보아 기각해야 할 가설이다. 반면 사기극 시나리오 가설은 국내정치적으로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현 정부의 목적은 IMF와 같은 외부의 압력을 이용하여 국내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완성하고 신보수주의자들과 연합해 자신들의 정권 기반을 튼튼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제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약소국을 위협하는 강대국의 침략도 아니며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외부의 충격도 아니다. 그들의 적은 오로지 자신들의 지배체제를 위협하는 국내의 노동자와 민중세력일 뿐이다.


외부 압력 이용해 구조조정 완성 의도

한ㆍ미 FTA 찬성론자들은 분명 한ㆍ미 FTA가 국가적으로는 무역수지적자, 금융투기화와 종속, 공공부문의 민영화와 질적 저하, 농업공황, 영화를 비롯한 문화산업 위기, 대미 군사안보 종속의 항구화 등을 야기하고, 노동자 민중들에게는 실업과 비정규직의 양산과 20대80의 사회라는 사회 양극화의 희생을 강요하는 묵시록의 서막인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한ㆍ미 FTA의 수혜자들인 국내외 초국적 자본들과의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그토록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정병기 /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부소장,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

제 562호
2006년06월22일 20:3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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