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금 막강한 군사력을 기초로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이라크를 침략한 뒤 그곳에 미국 군인을 주둔시키면서 이라크의 정치와 경제를 자기 마음대로 요리하고 있다. 인도의 핵 개발은 승인하고 이란의 핵 개발은 반대하면서 곧 침략할지도 모른다고 공갈을 치고 있다. 북한에 대해서는 ‘악의 축’이라는 종교적인 의미를 붙여 ‘악마’는 언제든지 없애야 한다는 사명감을 소리 높게 외치고 있다. 세계 전체에 대해서는 자유무역을 외치면서 자기에게 해가 될 때는 수입을 마음대로 규제한다. 한국 정부와 자유무역협정을 ‘협상’한다면서도 자기의 이익은 조금도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 결국 미국의 제국주의도 ‘강탈’에 의거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제국주의 ‘강탈’에 의거
미국이 세계 곳곳에서 자기의 이익을 옹호 확대하기 위해 침략 전쟁을 일으키지만 이 침략 전쟁에는 엄청난 규모의 돈이 든다. 이 돈의 상당한 부분은 미국이 ‘만만한’ 나라에게 떠넘긴다. 일본과 한국은 대규모의 군인을 이라크에 주둔시키면서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는데, 이것은 사실상 옛날 말로 하면 미국에게 ‘조공’을 바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 미국 정부는 국방비의 상당한 부분을 국채인 ‘재무부증권’을 발행해서 조달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미국 재무부증권을 구매하는 투자자의 상당한 부분이 외국의 정부와 금융가들이라는 점이다. 미국 정부는 ‘파산하지’ 않을 것이므로 미국 재무부증권은 ‘가장 안전한’ 유가증권이라고 투자자들이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도 외환보유고의 상당한 부분을 미국 재무부증권에 투자하고 있다.
침략 전쟁 비용 ‘만만한’ 나라에 떠넘겨
그리고 미국은 침략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상품을 대규모로 수입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수입이 수출을 크게 초과하여 매년 5천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나타내었다. 이것은 다른 말로 하면 미국은 매년 5천억 달러의 돈을 해외 상품에 대한 대가로 지불했다는 것인데, 미국의 달러가 세계화폐로 기능하기 때문에 미국의 조폐공사가 인쇄기로 달러를 찍어 내었고 이 달러로 미국의 정부와 기업 및 소비자들이 해외 상품을 수입하는 데 사용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미국 조폐공사 달러 찍어 상품 수입
그러나 이런 상황이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다. 각국 정부가 국내의 반미와 반제국주의 세력의 압력 때문에 미국 정부에게 조공을 바치지 않겠다고 말할 수 있다. 이라크로부터 군대를 철수시키는 것이나, 미국 정부의 침략 전쟁에 군인이나 자금을 지원하지 않는 것이 그 하나의 예다. 각국에서 그리고 미국 안에서 전쟁을 반대하는 민주평화세력이 증가한다면, 군사적으로 최강인 미국도 아무 곳에서나 전쟁을 일으키기는 어렵고, 미국의 제국주의는 약화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 정부가 국채인 재무부증권이나 미국 달러를 무한정 발행할 수도 없다. 만약 미국의 투자자들이나 외국의 투자자들이 달러의 대외가치(외국 통화와의 교환비율)가 떨어지리라고 예상한다면, 달러를 버리고 유로나 엔 등을 보유하려고 할 것이고, 달러로 표시된 유가증권(재무부증권이나 주식 등)을 팔아치우려고 할 것이다. 이라크를 공격한 이유 중의 하나가 산유국들이 석유를 팔면서 그 대금을 옛날에는 달러로 받았는데 2003년부터 유로로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달러의 대외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아무도 달러를 가지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달러는 세계화폐의 지위에서 추락할 것이다. 또한 달러의 대외가치 하락을 두려워하여 달러표시주식을 대량으로 팔기 시작한다면, 뉴욕증권시장의 주가는 폭락하고 1929년과 같은 대공황이 폭발할 것이다. 미국 경제는 산산조각이 나고 실업자의 홍수 속에서 자본주의가 아닌 ‘새로운 사회’가 탄생할 수도 있다.
미국의 제국주의 영원히 계속될 수 없어
지금 뉴욕증권시장의 주가는 추세적으로 크게 하락하고 있는데, 그 뒤에는 달러 가치에 대한 우려가 숨어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은행이 2004년 6월부터 계속 이자율을 올린 이유는 달러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이자율을 올리면 대출이 줄어들어 물가상승률이 낮아지기 때문에, 달러의 가치가 유지되거나 상승할 것이고, 또한 이자율을 올리면 외국의 투자자들이 미국의 은행에 더욱 많이 예금할 것이므로, 해외에 있는 달러가 줄어들어 달러의 가치가 유지되거나 상승할 것이다. 그러나 이자율을 높이기 시작하면 국내의 기업들은 투자하지 않을 것이고 이리하여 국내 경기는 침체하고 실업자는 증가할 것이므로, 미국 정부가 계속 이자율을 올릴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점점 미국은 제국주의로부터 복수를 당하고 있다.
김수행 / 서울대 교수. 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