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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침낭을 준비하고 장기전에 대비한다는 KTX여승무원들의 투쟁소식을 접하니 안쓰럽기 그지없습니다. 차디찬 시멘트바닥에서 잠을 청하며 여러분들은 인간과 세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을 줄 믿습니다. 20대 여성이 대부분인 여러분들은 지난 몇 주간 세상에 태어나서 일찍이 겪어보지 못했던 낯선 경험을 했을 겁니다. 수많은 승객들이 오가는 대합실 바닥에 앉아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불렀지요. 머리띠를 질끈 묶고 ‘철도공사는 직접고용 하라’고 주먹을 힘차게 흔들어보였습니다.
이번 사태를 맞이하기 전, 여러분들은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과격한 시위를 벌이는 노동자들을 텔레비전에서 더러 봤을 겁니다. 아마 그들의 거친 행동에 여러분들은 눈살을 찌푸렸을 테지요. 그것도 아니면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외면했을 겁니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노동자들의 절규가 여러분들에게는 와 닿지 않았을 테지요. 그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길바닥에 나앉아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외치는 노동자들이 여러분의 눈에는 별 세계 사람들로 보였을 테니까요. 분명히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음에도 여러분들은 노동자들의 삶을 받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거리에서 집회장에서 부당해고를 철회하라고 외치던 그 노동자들이 바로 여러분과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 중에는 KTX승무원을 첫 직업으로 삼은 분들이 많을 겁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들어간 첫 직장에서 사회의 비정함을 맛봤으니 충격이 클 줄 믿습니다. 여승무원 여러분, 취직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요즘, 일자리를 얻었으니 그 기쁨이야 말할 수 없었을 테지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클 테지요. 어쩌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은 분들도 많을 겁니다. 아, 우리사회가 이 정도였는가, 비정규직이라는 이름 아래 인간을 하찮은 소모품 취급하는 사회였던가, 이제껏 몰랐던 우리사회를 새롭게 알게 되었을 겁니다.
여러분들이 겪고 있듯이 지금 우리사회는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대공장 노동자부터 농민에 이르기까지 생존권이 뿌리째 뽑히고 있습니다. 그것은 KTX승무원으로 일하는 여러분들이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같은 열차 안에서 일하는 기관사, 열차팀장은 철도공사에서 직접고용 하고 여승무원만 계약직으로 간접고용 한다는 것은 명백한 성차별이요 인권유린입니다.
여러분들은 투쟁을 하면서 이제껏 몰랐던 짙은 ‘동지애’를 맛봤을 겁니다. 그것은 생사를 함께 하는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진한 인간애입니다. 저, 폭력이 난무하던 80년대, 철거민들이 명동성당 들머리에 모였습니다. 왜냐하면 빈민촌을 없앤답시고, 사람이 사는 멀쩡한 집을 굴삭기가 짓밟았기 때문입니다. 집안에서 놀던 아이가 숨지고, 집이 부서지자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가던 철거민들은 투쟁에 나섰습니다. 살 집이 없어지고, 생존이 박탈당할 위기에 처한 인간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살려고 발버둥치는 일밖에 없습니다. 유독가스에 사람이 죽어나가던 공장에서는 부패한 시신을 담은 관을 앞세우고 노동자들이 싸웠습니다. 그들은 단 하나의 꿈을 위해 일어섰지요.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인간으로서 지극히 평범한 꿈을 이루기 위해 그들은 목숨을 걸고 싸워야 했습니다.
여러분 가운데 어느 조합원이 ‘마음만은 언제나 처음과 같다’라는 말을 했더군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고, 열악하고 불안정한 근로조건이 아닌, 차별받지 않는 노동자의 삶을 살기 위해 일어선 여러분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투쟁은 인간으로 살기 위한 고귀한 몸부림입니다. 여러분의 눈물 한 방울이 여러분의 삶을 더욱 살찌울 것입니다. 나아가 우리사회에서 고통 받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커다란 힘이 될 것입니다. 지금은 비록 거리에서 한뎃잠을 잘지라도 언젠가는 고용불안을 떨치고 일할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여러분은 저임금에 팔려 다니는 값싼 계약직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은 정규직 승무원으로 일해야 합니다. 승객은 안전한 철도여행을 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승무원인 여러분이 인간대접을 받아야 합니다. 여러분의 힘으로 철도공사 정규직이 되는 날, 저임금에 자신을 파는 계약직이 아닌, 일한 대가를 정당하게 받는 노동자로 거듭날 것입니다.
* 윤동수는 1960년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계간 「사상문예운동」겨울호에 중편 ‘새벽길’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창작집으로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