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인데다 어설픈 미소도 매력적이어서 아내는 이동국을 좋아합니다. 2002년 월드컵 키드였던 용우는 이동국 형아가 골을 많이 넣어서 좋답니다. 축구는 별로지만 이동국 오빠를 모른 체 하면 엄마한테 밥 얻어먹지 못할까봐 유정이는 덩달아 오빠를 좋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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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동국이 월드컵을 얼마 남겨놓지 않고 십자인대를 다쳤습니다. 수술하고 재활치료를 해야 하는 이동국은 2002년에 이어 올해 월드컵에도 나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가족 모두는 최종 엔트리가 발표되는 날까지도 이동국이 ‘기적적으로’ 부상을 털어내고 월드컵에 나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특별한 의학적 소견이나 이동국의 몸 상태에 정통해서가 아닙니다. 이동국보다 골 감각이 있는 박주영을 괜히 미워하고, 이동국보다 더 잘생긴 안정환을 기생오래비 같다고 수군대던 우리 가족의 맹목적이고 과도한 집착으로 그랬습니다.
저는 이동국을 좋아하기 전 부터 축구를 좋아했습니다. 돈이 없어도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빤스 한 장에 돼지 오줌보가 진화된 축구공 하나면 흠뻑 땀을 흘릴 수 있는 원시적 스포츠 축구가 좋았습니다. 능수능란한 손대신 어설프기만 한 발로 서로 도와가며 기기묘묘한 장면을 연출하는 축구는, 보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그런 축구였는데 이동국을 너무 좋아하면서부터 우리 가족은 제대로 축구를 즐기지 못했습니다. 우리에겐 어느새 축구는 이동국이 골을 넣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골문을 지키고 골을 넣기까지 열한 명의 선수들이 자신을 희생하고 서로 돕는 아름다운 과정이 지루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독일월드컵에 이동국이 출전을 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우리 가족은 축구를 축구 자체로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 팀이 이기고 지느냐에 그렇게 연연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누가 골을 넣느냐에 집착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골을 넣기까지 의 조화를 눈여겨 볼 것입니다. 이동국이 어슬렁거리던 상대편 골 문 앞만이 아니라 몸싸움이 치열한 하프라인은 물론 골키퍼와 수비수들이 몸으로 막아내는 우리 편 수비 라인도 열심히 볼 것 입니다. 벤치에 앉아있는 대기 선수들의 아픔도 함께 느낄 것 입니다.
이동국이 빠진 이번 월드컵이 우리 가족에겐 내 눈앞의 앞가림만이 아니라 주위의 사람들을 두루 살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