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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65호 특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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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ERP, 고개를 들때 밟아야 한다

편집팀 || VIEW : 2882/201
 

ERP 괴롭고 짜증난다

수색지구에서 만난 한 전기조합원은 ERP 때문에 요즘 들어 주량이 늘어 술값이 많이 들었다는 푸념을 시작으로, “시행 초기 불안정했던 시스템은 봐준다 하더라도, 복잡한 입력 절차와 철도 현실에 전혀 맞지 않는 프로그램에 기백 억의 돈을 들였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한탄했다. 또한 수원지구의 화차검수 차량조합원은 “나는 일근 근무자인데, 소중한 노동을 ERP 입력에 2시간 이상씩 허비하고 있다. 공사의 ERP에서 효율성을 찾아보긴 힘들고 쓸데없는 형식적 기록의 반복으로 현장 노동자들은 너무나 괴롭고 짜증난다”며 철도공사의 효율성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했다.

무엇보다 ERP에 대한 거부감은 노동통제와 감시의 두려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작업 현장에서 만난 나이 지긋한 시설조합원은 “컴맹이라서 복잡하고 어려운 ERP가 정말 무섭고 두려운데, 앞으로 지급 된다는 PDA는 또 뭡니까? 실시간 위치추적도 된다면서요? 자기 직원을 못 믿어 감시하겠다는 이 직장에 정나미가 똑 떨어지고 왠지 섬뜩하네요”라고 말했다.


구조조정 대상자는 누구일까?

현장의 조합원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ERP 도입에 따른 업무량 증가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하며 무언가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면 철도노동자들의 피를 말리고 있는 괴물 같은 위협과 압박은 무엇일까?

2006년 3․1파업으로도 막아내지 못한 ERP는 정보기술을 이용, 관리해 회사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신경영기법으로 모든 물적․인적자원의 현황과 흐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시스템이다.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효율적 ERP시스템에 대해 노동자들은 혀를 내두르고 벌벌 떤다. 왜 그럴까?

현장에선 ERP 교육의 미비와 부실한 전산장비 등 때문에 여러 직원을 대표해 ERP 입력을 전담하는 직원이 따로 있는 실정인데 보통 나이가 젊고 철도경력이 짧은 사람이다. ERP 입력을 전담하는 수색지구의 차량관리 조합원은 ERP시스템의 인건비 항목으로 계획원가와 실제원가 등이 나열된 PC 화면을 보여줬다. 여기서 어떤 오더의 인건비 항목 상에 계획원가보다 실제원가가 높은 것으로 보아 누군가 비효율적 노동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앞으로 그는 구조조정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노동통제와 노동강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ERP구축 이후 공사는 재고정확도를 높인다는 명목으로 재고조사를 빈번히 시행할 것이 분명하다. 재무조사나 물품관리는 ERP 이전에 통합그룹웨어에서 기술원들에 의해 이루어지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젠 현장직원들이 재고물품 체크 후 직접 일일이 데이터 입력을 해야 하기 때문에 현장의 일거리가 그 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입력된 데이터들은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으므로 재고 입력에 따른 직무스트레스 가중은 불을 보듯 뻔하다. 또한 ERP가 도입되면 개인의 실적과 서열이 실시간으로 여과 없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동료보다 조금이라도 우위에 있기 위해 부단한 자기개발해야 할 것이며, 살아남기 위한 생존경쟁은 불가피할 것이다.

지난 달 28일 임시 중앙노사협의에서 철도공사는 ERP에 PDA를 연동 사용할 계획임을 밝혔다. 현업의 노동자들에게 PDA를 지급하게 되면 감시통제 효과가 배가될 것이다. PDA에 내장된 GPS(위치추적시스템)는 노동자들의 업무 실적과 위치이동 추적은 물론 일상 활동까지도 감시가 가능하다. KT 등의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사측은 노동통제를 강화하여 노동자의 고혈을 쥐어 짤 것이 분명하다.


단체협약 어기고 일방적으로 시행하는 ERP 중단돼야 한다

2006년 4․1합의는 ERP를 인권침해 등 현장통제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 인력감축과 구조조정 수단이 아닌 성과를 조직개혁과 근로조건에 이용할 것 등과 프로그램 구축 대상과 범위, 산출 자료 활용범위는 노조와 협의하여 시행하고, ERP 도입 및 운영과 관련해 노사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할 것을 규정한다. 그러나 철도공사는 노사협의체 구성없이 일방적으로 ERP를 시행했다. 노동조합을 기만하고 철도노동자들을 분노하게 하여 극단의 투쟁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내 일터에서 파국을 원하는 조합원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길이라면 힘찬 투쟁으로 막아야 한다는 것을 철도노동자는 알고 있다. 또한 철도노동자가 부조리와 부당함에 대해 언제나 강력한 저항과 심판을 했다는 것을 철도공사도 알 것이다. 철도공사는 당장이라도 단체협약을 지키고 ERP를 중단해야 한다.

제 576호
2007년04월17일 2:3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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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조 마조
2007-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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