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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65호 특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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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에 소주 한잔]
세상의 모든차별을 안주삼아

편집팀 || VIEW : 1717/205
 


삼겹살 먹는 날은 역시 삼삼한 3일이 어울리는 것인가. 이번에도 4월 3일 용산 언저리에서 30대, 40대, 50대 여성 철도노동자 세 사람이 모였다. 김희정(37세, 97년 입사, 서울차량) 동지는 차량관리원으로 사업검수를 하며, 진명숙(42세, 05년 입사, 용산역) 동지는 역무원으로 맞이방 안내를 하며, 장갑례(53세, 75년 입사, 영등포역) 선배는 철도노조 여성국장이다.


진명숙(42) 05년입사/용산역
입사 3년차 진명숙 동지의 나이가 42세인 것에 의아했는데 2004년 사상사고 수습과정에서 순직하신 문재승(구로승무) 동지의 부인이었다. “그 해는 정말 힘들었어요. 남편을 잃은 것에 대한 아픔은 말할 것도 없고, 졸지에 가장이 되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유치원 다니는 두 아이를 홀로 돌본다는 것이란 절망에 가까운 고난이었거든요” 말끝에 그녀의 눈망울을 촉촉이 고인 것은 희망이었다.

고요한 침묵과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던 김희정 동지는 알고 보니 사내 커플이고 남편 분은 같은 소속의 황호열 동지다. 남편 분의 후환을 염두에 두고 말씀을 아끼냐는 농담에 “조합에 서울차량 안테나(간부)가 있는데 하고픈 얘기 다 하다가 남편 귀에 들어가면 감당 못할 일 생겨요”라며 “편집 각색 잘해서 남편 맘 상하지 않게 해 주세요”라며 내숭 생략으로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장갑례(53) 75년입사/영등포역
여성조합원의 심부름꾼이라 자칭하는 장갑례 선배가 삼겹살이 먹기 좋게 익도록 열심히 뒤집으면서 말한다. “요즘엔 남자나 여자나 밖에서 힘들게 일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철도의 여성조합원 대부분이 일 마친 후 집에서 제대로 쉬지 못합니다. 아이 양육과 가사노동을 거의 도맡아하거든요. 생체리듬이 파괴되는 불규칙 노동에 시달리다 유산하는 동지들도 많고요.”

장갑례 선배의 말을 김희정 동지가 이어 받으며 “철도엔 단협으로 쟁취한 모태․모성보호 제도들이 있는데 형식에 그치고 활성화 되지 못한 게 현실이에요. 정부의 출산장려 시책에 맞춰서라도 철도공사의 적극적 지원과 활성화 방안이 있어야 해요” 진명숙 동지도 한 마디 거들었다. “여성들의 권리와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애 안 낳기 투쟁이라도 벌여야 하는 거 아닌가요!” 여성 동지들의 말을 듣다보니 우습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했다. 그들의 말처럼 세계의 여성이 애 안 낳기 투쟁을 벌이더라도 나는 변치 않는 두 아이의 아빠다. 아빠란 사실에 왠지 감개무량했다.

김희정(37) 97년입사/서울차량
차량검수는 위험하고 거친 일이다. 김희정 동지에게 일은 할 만하냐고 묻자 “철도 대부분의 일이 누구에게나 위험하고 힘들 것입니다. 세상에 남자가 할 일, 여자가 할 일 따로 있다고 생각 하지 않아요.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세상에 못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편집국장님은 아이 돌보는 것과 근무하는 것 중에 어떤 게 힘든가요?” 내게 긴 생각이 필요 없는 질문이었다. “아이 돌보는 게 당연히 힘들지요. 육아는 힘들지만 불만은 전혀 없어요. 그리고 아주 큰 보람이자 행복입니다.” 상식이 통하는 남성이라면 나와 같은 대답을 했을 터이다. 누구나 다 알듯이 ‘엄마’는 참 일꾼이자 세상의 희망을 밝히는 등불인 것이다.

재미없는 이야기는 지양해 주시란 요청에도 불구하고 어쩌다 보니 노동조합 이야기가 나왔다. 거침없는 언변의 포문을 터뜨린 진명숙 동지가 새삼 진지하게 말한다. “세상은 많이 변했는데 노동조합은 더디게 변하는 것 같아요. 요즘 보편적 개인은 이해와 관심이 없으면 꿈쩍하질 않아요. 조합원에게 관심을 끌어내는 특별한 계기와 다각적 매개체가 있어야 합니다. 대중이 조합에 쉽고 편하게 접근하지 못하고 녹아들지 못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큰 문제이자 낭비인데 새 집행부에선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 생각돼요”

이 자리에 모인 여성조합원들은 소주 한 잔에 삼겹살보다 더 훌륭한 안주거리들이 있었다. 세상의 여전한 여성 차별과 소외를 씹으며, 더불어 비정규직차별, 인종차별, 종교차별 등 세상 모든 차별이 사라지는 그 날 까지 안주삼아 질겅질겅 씹어 없앨 것이라 말한다.

제 576호
2007년04월17일 2: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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