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조합에서 사람이 나왔네?”
“우리 취재하러 왔나봐. 조합이 웬일이냐?”
조끼를 입고 카메라를 들고 있는 필자에게 인사를 건네며 여지저기서 수군댄다.
현장의 목소리들을 듣고 알려나가는데 주력해야할 역할은 방기한 체 조합원들에게 우리의 주장만을 강변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본다.
아직은 햇살이 따가운 10월 어느 날 서울 근교, 검게 그을린 얼굴이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한국철도 야구단을 만났다.
필자가 야구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양쪽의 공수가 세 번이 지난 다음이었다. 상대팀은 그 지역 사회인 야구리그에서 14년간 손발을 맞춰온 강팀이라고 했다. 평소에 프로야구 구장을 자주 찾는 필자는 “해봤자 동네야구 아닌가?”라고 생각하며 카메라를 주섬주섬 꺼내고 주변을 살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필자의 생각은 어이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히트앤드런, 도루, 견제플레이, 탄탄한 수비, 그리고 각종 허슬 플레이가 난무하는 수준급의 경기를 양 팀이 보여주고 있었다. 사회인 야구리그는 크게 사회인 야구는 크게 1.2.3 부 리그로 나뉜다고 한다. 각각의 차이는 1부는 선수출신 허용 즉 과거에 선수출신들이 만든 팀들이라 보면 되고, 2부는 선수출신 2명까지 출전이 허용되며, 3부는 선수출신 출전이 불허되는 리그라고 보면 된다. 현재 한국철도야구단은 이중 2부 리그에 속한 수준급의 팀이다.
시간관계로 7회까지만 진행된 경기에서 양 팀이 엎치락뒤치락 한 결과 10:9로 아쉽게 석패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표정은 그리 어둡지만은 않았다. 뒤풀이 자리에서 잘된 부분과 안 된 부분을 복기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들춰내고 이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내내 운동하는 사람들 특유의 따뜻함은 잃지 않았다. 한 선수는 “힘든 밤샘작업 후 야구장에서 함께 뒹군 지가 엊그제 같은데 야구경험도 없이 열정하나만 믿고 덜컥 창단한지 벌써 10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설레는 맘으로 처음 배트와 글러브를 잡던 때가 생각난다.”며 창단당시를 회상한다.
한국 철도 야구단은 10여 년 전인 1997년 1월 싸락눈 내리던 겨울 손기정공원에서 첫모임을 갖고, 그해 3월 서울북부지역에 위치한 원진 사회인 야구리그에 등록하여 첫 출항을 시작했다. 지금은 많은 팀들이 생겨났지만 야구의 불모지였던 철도 현장의 조합원들이 맨 처음 세운 야구동아리로서의 자부심과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첫해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콜드 게임 패를 밥 먹듯 했고, 선수들은 야구에 대한 회의와 함께 기량부족의 벽을 느끼며 하나둘 탈퇴하기 시작하였다. 팀 해체 위기를 겪기도 했었지만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면서 그 고비를 잘 넘겼다.
하지만 성장통을 겪고 나서 야구에 대한 열정하나만으로 야구단의 유지가 어렵다는 것을 공감하며 이기는 야구를 갈망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2001년 김진식(병점열차승무) 감독을 영입하면서 전환점을 맞이하였다. 연습한번 하지 않고 시합 날만 모여 게임하고 헤어지던 방식에서 비번 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눈을 비비면서도 선수 못지않은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프리배팅훈련은 실제 피칭 속도로 던져서 타격연습을 했고, 땅볼캐치 훈련도 실전과 똑같은 강습 타구를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받았다. 선수들의 실력은 눈에 띄게 늘어났고 게임에 져도 ‘야구다운 야구’를 하는 경기가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04년 원진리그 공동1위를 차지하며 강팀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었고, 또한 2004년 9월 4일 인천 도원야구장에서 열린 제1회 건교부장관배에 철도연합팀으로 참여해서 준우승을 거두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문양수(구로열차승무)선수가 통쾌한 중월 쓰리런 홈런으로 대회1호 홈런을 쳐내기도 했으며, 김진식 선수가 우수선수상을, 황정주(구로열차승무)선수가 미기상을 수상하며 철도이미지를 드높이기도 했다.
요즈음 사회 체육의 활성화로 야구 수준은 해를 거듭 할수록 높아가고 있다. 한국철도 야구단도 이에 발맞추어 전 철도청실업팀 야구선수출신으로 건교부장관배 당시 철도연합팀 감독이기도 했던 전관식(일산 전기분소) 단장님을 영입하면서 즐기는 야구에서 한걸음 도약한 고급야구를 접목 하고자 오늘도 휴일을 반납한 체 야구에 미쳐 살고 있다.
철도노보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