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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65호 특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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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철도기관차

정혜주 || VIEW : 1270/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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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철도기관차이다. 1899년 전국에 철도레일을 깔고 사람들을 싣고 왕복하기를 100년, 이제는 모르는 길이 없고 안 가본 도시가 없다. 내가 도착하는 역마다 사람들로 붐비고 작은 시골 마을이 큰 도시로 변화되어 간다. 마을도 바뀌고 사람들도 바뀌고 시대가 바뀌면서 나도 시속 400Km를 자랑하는 떼제베 고속기관차로 다시 태어났다.

나의 자랑은 한 해 수천만 명의 승객을 가장 안전하고 편안하게 원하는 목적지에 모셔드리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기관사 아저씨들이 나를 안전하게 이끌고 운전하시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안전을 위해 정비해 주시는 분들과 역무원들의 노력이 우리를 빛나게 해주신다.

옛날에는 오로지 사람과 화물을 태우고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하면 모든 일이 끝났었다.
그러나 이제 세상이 바뀌어 자가용을 운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고속버스, 비행기 등 다양한 탈거리가 생기고 서로 경쟁하면서 없어지는 선로도 생기고 안다니는 구간도 많아졌다.
그리고 새로운 선로가 생기면서 더욱 세련되고 빨라진 모습으로 탈바꿈되어져 지금의 멋진 KTX기관차로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내 자랑거리는 빠른 속력과 함께 멋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KTX 여승무원 언니들의 정성스런 서비스가 있다는 점이다. 환한 미소와 봉사정신으로 승객들의 편안한 여행을 안내해 주는 예쁜 언니들이 선로를 달리는 나와 나를 이용하는 승객들을 기쁘게 해준다.

그런데 지금은 KTX 여승무원 언니들이 나와 함께 달리지 못한다. 비정규직으로 고용된 언니들은 계약기간이 끝나면 철도공사에서 다시 취업을 시켜줘야만 일을 할 수 있단다.
비정규직? 나처럼 많은 승객과 화물을 수송하는 열차에게는 안전이 제일 중요한데, 정규직으로 일을 해도 몇 년이 걸려야 손발이 맞는 전문적인 철도 수송 업무에 비정규직을, 언제든지 갈아치울 수 있는 비정규직을 배치하다니 나를 너무 무시한다.

우리 열차들의 운명과 기관사, 승무원, 역무원 등 철도 종사자들의 운명은 저 위에 높으신 분들에 의해 결정되어져 왔다.
처음에는 철도가 사람들을 운송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 선로를 깔고 역을 만들고 노선을 확정하면 사람들이 너도나도 몰려들어 항상 큰 수익이 났었기에 승무원을 정규직으로 뽑아서 썼었다. 위대한 군사독재자들이 통치를 하던 시대에는 경제발전을 위해 기간산업 육성을 한다며 산업물자를 실어 나르기 위해 선로를 확장하고 복선화하고 하면서 경제대국으로 가는 지름길로 철도가 놓여 졌고 우리가 달렸었지.
그런데 우리가 열심히 달려 짭짤한 수익을 내고 국민들도 잘 살게 되자, 권력의 중심인 정치권에서 막대한 이권이 개입된 고속철도사업을 계획하고 무리하게 사업을 벌이면서 우리들은 애물단지가 되어 버렸던 거야. 사업비는 엄청나게 쏟아 붓고 수익이 많이 나지 않자 기관사, 승무원, 역무원 등 일하는 사람들을 종일 일시키면서 ‘적자를 메우자, 적자를 메우자’ 철도공사의 수익만을 생각하게 되었던 거지.

역무에 시달리던 철도 노동자들이 이에 반발하여 노동조합을 민주화 시켰고 근로기준법 적용을 요구하자, 철도공사는 적자를 메울 다른 수단을 강구했던 거야! 비정규직으로 외주를 주면 월급도 적게 주고 언제든 자를 수 있고 파업과 같은 집단행동도 예방할 수 있었던 거지. 경제가 발전해서 모든 사람들이 잘 살게 되는 줄 알았더니 몇몇 욕심 많은 사람들이 다 가져가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오히려 옛날보다 더 어렵게 살게 되었어.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도 없고 나라에서 주는 보조금을 받아야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게 되었지.
그러니 돈 많고 욕심 많은 기업가들이 정상적인 임금을 주고 노동자들을 고용하려고 안하고, 편법으로 언제든지 자를 수 있고 비용도 적게 드는 비정규직을 확대해서 쓰게 되었어. 결국 적자를 앞세운 KTX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하게 되었던 거야.
철도공사의 적자는 사업과 경영을 잘 못해서 생기는 것인데, 애꿎게도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에게 그 책임을 전가시키고 있는 거지. 사실은 낙하산인사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별로 하는 일도 없는 사장들과 무리한 철도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한 과거 권위주의 정권들이 이권을 창출하면서 만든 적자들이지.
KTX 여승무원 언니들은 참으로 성실하고 정성스럽게 일하고 철도산업을 일으켜 세울 서비스 시대의 꽃인데, 이를 무참히 짓밟고 비정규 노동을 강요하면서 철도 서비스의 질과 수준을 떨어뜨린 사람이 바로 이철 철도공사 사장님이야. 옛날에 독재권력 시절에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으로 목숨을 건진 사람인데, 이제는 권위주의 권력이 만든 철도공사의 적자를 메우려고 자신을 믿고 성원해줬던 사람들을 몰아내려고 하지. 참 아이러니 하게도, 고생하면서 성장한 사람이 높은 신분과 지위를 얻게 되면, 없는 사람들을 더 무시하고 자신을 있게 해준 사람들에게 칼자루를 휘둘러 사지로 몰고 가지. 그러면서 하는 말 ‘나도 옛날에 죽을 뻔한 적이 있는데 죽기 살기로 노력해서 이렇게 성공했으니, 여러분도 죽기 살기로 시키는 일만 하고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가리지 않고 일할 사람들만 줄을 서라’ 하고 말이야. 저렇게 못되게 잘난 사람 같으면 사형을 당하든 말든 신경도 안 썼을 텐데…. 사람들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종족이야. 우리는 정해진 선로를 벗어나지도 않고 사람들이 기대하는 대로 정확한 시간에 도착하는데, 사람은 예측이 불가능한 종자야.
앞으로 고급기관차인 나 KTX를 타 줄 돈 있는 사람도 몇 안 되고, 서비스를 기대하고 타는 승객들마저 질 낮은 서비스로 다른 고급승용차나 비행기, 고속버스로 가버리면 정말 우리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거지? 아프리카에 고속철도가 생기면 철도공사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팔려갈 운명이 될지도 모르겠는 걸?


* 정혜주는 1963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했다. 1988년 무크지 『노동문학』에 중편소설 「동지와 함께」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창작집 『내 안의 불빛』이 있다.

미분류호
2006년06월19일 1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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