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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편 차이를 존중하고 연대를 실천한다는 프랑스와 같은 나라에도 신자유주의와 노동유연화의 거센 풍랑이 밀어닥치고 있다. 유럽전역에 확산되고 있는 공공부문의 상업화 흐름을 차단하는 공공적 구조를 견지하면서도 또한 이 상업화 흐름이 밑바닥부터 차올라오고 있음도 사실이다. 공공성과 효율성을 조화시키는 구조개혁을 달성했다는 철도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위기 때마다 등장하는 정치파업과 거리항쟁으로 프랑스 사회가 쉽사리 신자유주의의 안마당으로 전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또한 분명하다.
갈등의 불씨가 된 최초고용법(CPE)은 청년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고용보장장치가 잘 작동하는 기본 노동법체계를 피해 해고가 자유로운 새로운 고용형태를 만들어내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프랑스의 보수당 정부는 작년 9월에 20인 이하의 기업에 2년간 자유로운 해고가 가능한 신규고용법(CNE)을 도입했다. 그 연장선에서 모든 규모의 기업에서 처음 취업에 나선 26세 이하의 청년을 고용할 때 마찬가지로 2년간 자유로운 해고가 가능한 고용형태를 도입하려던 것이 최총고용법의 내용이다.
그 전 프랑스에는 우리 개념의 정규직에 해당하는 무기계약노동(CDI)과 기간제 개념인 유기계약노동(CDD)의 두 가지 형태만 존재했다. 기간제는 결원대체, 계절적 고용, 사업기간 만료가 정해진 사업에 고용할 때 등 예외적으로 사유가 인정될 때만 채용 가능하다. 우리가 요구했던 기간제 사유제한이 작동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해고 보장 장치가 있어 3년간 사람만 교체해서 계속 기간제를 고용할 수 없고 기간제 고용기간의 1/3에 해당하는 휴지기가 있어, 정규고용을 대체하는 기간제의 연속 교체채용 관행을 차단하고 있다. 이런 제도가 갖추어져 있어 프랑스 기간제 고용 비율은 유럽 평균보다 낮은 12.5%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같은 사업장의 정규직에 비교해 차별적인 처우는 인정되지 않는다. 유럽 전반적으로 기간제 노동자의 임금은 정규직에 비해 12-14%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국의 경우 2005년도에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50.8% 밖에 안 되며, 임시직과 기간제의 고용비율은 40%를 육박하며, 전체 비정규직은 56.1%인, 악성 차별적이며 전형적인 비정규직 남용구조와 비교하면 엄청난 격차가 존재한다.
프랑스 노동자와 학생은 이렇게 잘 갖춰진 제도적 체계를 허무는 노동유연화를 도입해서 실업을 해결한다는 것을 결코 믿지 않았다. 여기서 한 발 나아가 유연화는 실업을 줄이는 게 아니라 고용의 질만 떨어뜨린다고 선언하고 행동으로 나서 저지했다. “우리는 일회용 크리넥스가 아니다(CPE)”고 쓴 현수막, 피켓, 스티커가 프랑스 주요 도시의 거리를 저항의 물결로 뒤덮으며 또 한편 파업이 갖는 축제의 의미(일시적인 노동해방)를 되살려냈다.
한국 사회에선 서구의 68과 비견되는 87시민항쟁과 노동자대투쟁을 거쳐 초보적인 민주주의가 확장되었으나 노동권과 시민권은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 이후 세계화의 흐름과 함께 노동유연화를 주축으로 한 노동법 개악안이 등장하더니, 97년 경제위기를 기회로 노동유연화의 흐름은 온전히 뿌리내렸다. 이런 흐름을 완성하기 위해 정부는 내용적으로 유연화를 가속화하면서 보잘 것 없는 보호조항으로 포장한 판도라의 상자, 비정규입법을 들고 나왔다.
비정규입법이 제출된 것이 2004년 9월이니, 이제 1년 7개월 간 노동자의 저항은 지속되는 셈이다. 현재 비정규입법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보류상태로 남아있다. 노동사회운동 진영은 요구를 관철하거나 이 법을 철회시키지는 못했어도 비정규보호법안이라는 왜곡된 선전의 실체를 폭로하고 법안 통과를 저지해냈다. 87년 대투쟁 이후 지속된 노동자의 기본권 요구의 분출과 96-97 노동법개악저지투쟁과 같은 노학연대 시민항쟁의 형태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비정규 확산에 대한 서민대중의 우려와 비정규투쟁에 대한 동감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이 정도 결과는 얻지 못했을 것이다. 역사적 승리는 아니라도, 신자유주의 논리가 판치는 한국사회에서 후퇴하지 않고 맞선 진보적 발자취라고 기록될 것이다.
프랑스 CPE(최초고용법)한국 비정규법안배경높은 청년실업률 비정규직의 포화상태와 극심한 차별해법의 방향유연화정부는 유연화와 보호의 조화라 주장하나, 실질적으로 유연화가 주축수단입법화. 기존 고용형태와 별도의 고용형태 도입근기법과 별도의 입법으로 기간제 관련 법안의 제정과 파견법 개정정부의 기대효과청년 고용의 창출비정규직 규모 증가의 억제와 차별 개선기존 법체계와의 관계차별금지, 기간제 사유제한을 비껴간 제 3, 4의 형태 창출. 명목적으로 무기계약(정규직)이나 2년간 자유로운 해고가 가능한 수습기간 설정으로 기존 유기계약(기간제)보다 못함 1년 이상의 계약기간을 설정할 수 없는 근기법과 1년 이상의 계약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의 충돌 지점에서 2년의 기간설정으로 기간제를 보호한다고 주장하나, 극심한 차별과 외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된 비정규직 규모를 줄이기는 불가능한 안 노동의 효과 평가고용 창출보다는 차별적 제도 도입으로 고용불안정만 심화된다차별 개선은 미미하고 결국 확산 효과만 나타날 것대응 의미 평가신자유주의 정책의 확산 흐름에 프랑스도 예외는 아님. 그러나 전통적인 거리 항쟁의 정신이 살아나 물리쳤다. 뒤집지는 못해도 1년 7개월간 저지를 시키고 있다. 내부의 분열상이 드러나는 가운데도 불구하고 미약한, 왜곡된 제도화(제도적 보호와 포섭과 정당화)룰 차단하면서 정부여당의 후퇴를 끌어내고 있다.
김성희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 경제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