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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65호 특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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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말복

김명환 || VIEW : 3182/255
 
    1.

    기적이 울었다.
    아홉 시 사십 오 분 발 청량리행 비둘기호의 목쉰 기적소리를 들으며 한주사는 땀에 젖은 손수건을 꺼내 이마를 닦았다. 이른 시간인데도 차창으론 더운 바람이 몰려들어왔다. 천장에선 낡은 선풍기가 딸그락거리며 더운 바람을 토해내고 있었다.
    한주사는 이마의 땀을 훔쳐내며 멀어져가는 농암역을 차창 밖으로 내다봤다.
    빌어먹을 자식들, 제 세상 만난 듯 설쳐댈 직원들을 생각하면 한주사는 벌써부터 소화가 안 되는 것 같았다. 지금쯤 이덕팔이놈은 웃옷을 훌훌 벗어부치고 매표구에 고린내 나는 두 발을 올려놓고 역전다방 강양에게 커피를 시켰을 것이다. 최중사놈은 휘파람을 불며 창고에 처박아 논 낚시도구를 챙기고 있을 것이다. 역전식당 제천댁이 따라주는 해장술을 벌컥벌컥 들이키는 김주사놈의 벌건 쌍판이 눈에 선하다.
    문민시댄지 지랄인지 한주사는 세상이 자꾸만 물구나무 서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시골역이라지만 역장은 역장 아닌가. 옛날 같으면 국민학교 운동회에 지역 유지로 참석해 경쾌한 행진곡에 발맞춰 사열을 하는 지위다. 그런데 지금은 직원들 눈치 보기에 급급해하고 있으니…. 한주사는 자꾸만 왜소해지는 자신을 느낀다.
    철도생활 삼십 년, 간신히 주사를 달고 농암역에 부임한 게 지난해 말이다. 꿈에 그리던 역장. 그 흔한 통일호가 하루에 두 번밖에 서지 않는 시골역이지만 한주사는 늦게나마 이룬 꿈에 가슴 벅차 했다. 하지만 그 가슴 벅참은 부임 첫날부터 산산조각이 났다. 김주사놈이 술이 벌겋게 취한 채 출근을 한 것이다. 주사는 무슨 얼어 죽을 주산가. 주정뱅이 주사지. 김주사는 사십 년 가까이 철도생활을 하며 진급을 못했다. 정년퇴직을 앞둔 그가 안쓰러워서 주사라고 불러주긴 하지만 아직 기능직 9등급이다.
    “아침부터 한잔 하셨군요?”
    조회가 끝나고 한주사는 김주사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김주사 체면을 생각해서 얼굴에 미소를 띠우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아니, 무슨 술을 마셨다고 그래!”
    김주사의 갈라진 목소리가 튀었다.
    당황한 것은 한주사였다. 김주사는 어제 저녁에 마신 술을 가지고 생트집을 한다고 길길이 뛰었다. 별수없이 사과를 하고 말았지만 그때부터 한주사의 역장이란 지위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한주사는 김주사만 생각하면 이가 갈렸다. 주는 거 없이 미운 놈이 있다더니 김주사에게 맞춤한 말일 거라고 한주사는 생각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눈과 귀에 거슬렸다.
    그 흔한 자전거조차 못타는 등신. 세상에, 기가 막히게도 김주사는 경운기를 몰고 출퇴근을 했다. 덜덜거리는 경운기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면 한주사의 골머리가 쑤셔오기 시작한다. 한주사의 하루일과는 두통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오후 서너 시쯤 되면 어디서 퍼마셨는지 벌건 얼굴로 집표실 안에 쪼그리고 앉아 고개를 끄덕이며 졸기 시작한다. 저녁이 되면 역무실 책상에 아예 두 다리를 올려놓고 침을 질질 흘리며 코를 곤다. 비번날에도 술을 엄청 퍼마시는지 하루는 김주사 마누라가 김주사를 리어카에 싣고 출근시킨 일도 있었다.
    김주사에게 꼼짝을 못하는 한주사고 보니 다른 직원들 또한 한주사를 우습게 여겼다.
    운전원 최중사, 공수부대 하사관 출신인 꼴통이다. 최중사가 문수역 구내원으로 있을 때, 역장 딸내미를 임신시키고 강제로 빼앗다시피 결혼한 일은 철도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다.
    이덕팔이놈은 또 어떤가.
    “장인어른, 안녕하시어요?”
    빌어먹을 자식이 툭하면 장인어른 장인어른 하며 치근덕거린다.
놈이 하는 일은 하루 종일 전화통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농암역 전화요금의 팔십 퍼센트가 아마 놈의 것일 터였다. 그나마 시외전화를 막으려고 전화기에 차단기를 설치해도 놈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아니, 노총각 장가 좀 갈려고 그러는데, 역장님이 책임질 거유?”
놈이 눈알을 뒤집으면 한주사는 속이 메슥거렸다.
    문란해진 기강의 모든 원인은 김주사놈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었다. 김주사를 작살내기로 작정한 한주사는 김주사가 침을 흘리며 자는 모습을 사진기에 담았다. 매일 매일 김주사의 동태를 감시해 수첩에 적었다. 지각, 무단외출, 근무 중 음주, 지시불이행, 근무태만, 복장불량, 접객태도불량….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자리를 비운 틈을 타 김주사의 책상을 뒤지던 한주사는 기가 질리고 말았다. 김주사의 노트에는 한주사 부임 첫날부터의 행적이 낱낱이 기록되어 있었다.
    이제 남은 희망이라곤 김주사가 하루빨리 정년퇴직을 하는 길 뿐이었다.
하지만 그날까지 버틸 일이 태산이었다.
    한주사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고 객실 안을 휘둘러보았다. 맞은편 좌석 등받이에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몸을 기대고 서있다. 그 아래 눈을 감은 채 앉아있는 젊은이. 눈썹이 깜빡거리는 걸 보아 조는 체 하는 게 틀림없다고 한주사는 생각한다. 하지만 오십이 넘은 자신이 일어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세상은 점점 요지경이 돼간다고 한주사는 생각했다. 노인은 몇 살이나 먹었을까. 팔순을 맞는 한주사의 아버지…. 한주사는 아버지의 팔순잔치를 치르기 위해 가는 길이었다. 고혈압과 당뇨로 고생하는 아버지를 생각하면 한주사는 다시 열불이 터졌다. 김주사놈이 죽염인지 생소금요법인지 하며 열변을 토했을 때 한주사는 그냥 흘려듣는 척 했지만 내심으론 혹시나 하는 마음이 일기도 하였다. 화근은 매사를 참지 못하는 자신의 입이었다. 그날 밤 어머니께 전화를 한 것이 기어이 일을 내고야 말았다. 몸에 맞는지 확인조차 안 된 생소금을 잔뜩 먹은 아버지는 연일 설사를 계속하더니 끝내 몸 져 눕고야 말았다. 그런 일을 김주사에게 발설할 자신의 입장도 아니었다.
    김주사놈에게 더더욱 화가 치미는 일은 아침에 직원들이 건네준 봉투를 열어보고 나서였다. 2만원도 아니고 만원씩이었다. 지난 봄 김주사놈 막내딸을 여읠 때 한주사는 거금 3만원을 부조했었다. 그렇게 융통성이 없으니 아직 9등급이지…. 한주사는 끌끌 혀를 찼다.
다시 기적이 울었다.
    비둘기호는 덜커덩거리며 서울지경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2.

    철도생활 사십 년, 김주사는 드디어 꿈을 이뤘다.
    김주사는 웃통을 벗어부치고 양말을 벗었다. 푹신한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두 다리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김주사는 두 눈을 감고 잠시 나른한 행복감에 빠져든다. 삐거덕거리며 안락의자가 흔들린다.
    “역장님, 자세 나옵니다.”
    한참을 창고에 가있던 최중사가 휘파람을 불며 역무실로 들어서다 빙글거린다.
    “역장님, 커피 한잔 시킬까요?”
    이덕팔이놈이 대답을 듣기도 전에 수화기를 집어 든다. 커피값을 뜯어내려는 놈이 얄밉기는 하지만 역장님이란 소리가 달콤하게 들리는 김주사다.
    역장…. 빌어먹을, 정확하게 말해서 역장 권한대행이다. 아무튼 역장은 역장이다. 직책으로 치자면 최중사가 위지만 철도밥으로 의자에 눌러앉으면 그만이다.
    “제발 부탁이니 오늘은 술 좀 마시지 마세요.”
    한주사놈이 아침부터 잔소리를 퍼붓고 떠나지만 않았어도 오늘은 김주사 인생 최고의 날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까짓 잔소리야 날마다 듣는 것 아닌가. 다 잊어버리고 오늘 하루를 맘껏 즐기리라고 김주사는 생각한다.
    “어머, 무슨 역장님이 난닝구 바람이셔?”
    역전다방 강양이 엉덩이를 흔들며 역무실로 들어선다.
    “지금이 문민시대 아닌가, 강양은 어디 유신시대에서 왔는가?”
    조작판 앞에서 낄낄거리며 주간지를 읽고 있던 최중사가 느물거리며 강양 엉덩이를 두드리려 달려들자 이덕팔이놈이 잽싸게 둘 사이를 가로저으며 강양의 보따리를 받아든다.
    “아니, 장인어른, 사위 앞에서 무슨 짓이셔요?”
    “예끼 이놈, 누가 네 장인이여?”
    “아따, 장인어른, 집에 가서 딸내미 배나 만져보고 오시어요.”
    “이런 개 같은 자식!”
    기어이 또 한판 사단이 벌어지고 이덕팔이놈은 낄낄거리며, 최중사놈은 씩씩거리며 역무실을 뒤집어 놓는다.
    벌써 3년째 한솥밥을 먹으니 한식구 같은 최중사와 이덕팔이다.
아침부터 이덕팔에게 한방 먹은 김주사지만 날이 날인지라 김주사는 허허 웃고 말았다.
    “예, 중앙선 농암입니다.”
    한주사가 나가자마자 걸려온 전화를 김주사는 목소리를 내리깔고 받았다.
    “예, 여기는 경의선 수색인데요, 유용 두 장만 부탁합니다.”
    승차권 발매를 부탁하는 전화였다.
    “아니, 거기는 단말기가 없나요?”
    “예, 단말기가 고장이 나서요.”
    “아니 그럼 서울역에 부탁해야지요. 여기는 중앙선 아니오?”
    “아, 거기가 중앙선입니까?”
    “아니, 이 양반이 철도밥 거꾸로 먹었나, 아직 선도 모르오?”
    “아니, 이 양반이라니? 어떤 놈이 반말지거리야!”
    기어이 한판 싸움이 붙고 말았다. 핏대를 올리고 개 소 닭 돼지 말 온갖 짐승들 족보를 올리고 나서야 김주사는 수화기를 집어던졌다.
    “장인어른, 무슨 전화를 그리 불친절하게 받으시어요?”
    이덕팔이놈의 빙글거리는 눈빛을 보는 순간 김주사는 아차 싶었다. 최중사놈이 배꼽을 잡았다. 또 당한 것이다. 벌써 몇 번째인가. 코앞에서 전화를 하는데도 번번이 당하고야 마는 김주사였다.
    운전실 무전기로 희소식이 날아온 것은 김주사가 막 단잠 속으로 빠져들려는 순간이었다.
    농암역에 비상이 걸렸다. 325열차 기관사로부터 미추역과의 중간 건널목에서 강아지 한 마리를 깔았다는 무전이 날아온 것이다.
    정신을 차렸을 때, 이덕팔이놈은 벌써 오토바이 시동을 걸고 있었다. 미추역 놈들보다 한발 앞서야 오랜만에 몸보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오늘은 말복 아닌가. 한주사도 없겠다. 최중사는 벌써부터 입이 찢어지고 있었다.
    “덕팔이 파이팅!”
    최중사가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그리며 목청을 높였다. 덕팔이놈이 적토마라고 부르는 시뻘건 오토바이는 벌써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하늘이 내리시는 선물을 덕팔이놈이 놓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김주사는 다시 한 번 오늘이 인생 최고의 날이라고 생각했다.



    3.

    기적이 울었다.
    원주행 비둘기호는 덜커덩거리며 미추역을 떠났다.
    빌어먹을 자식들, 한주사는 땀에 젖은 손수건을 꺼내 이마를 닦았다. 차창 밖 하늘 위로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개값만 무는 걸로 일이 끝난 게 여간 다행이 아니라고 한주사는 생각했다. 개값 10만원에 지서 직원 회식비 5만원, 생돈 15만원을 꼬나 박은 생각을 하면 울화가 치밀었다.
    미추역에서 연락이 온 건 한주사가 한참 끗발을 올리고 있을 때였다. 한주사는 오늘이 자신의 인생 최고의 날이라고 생각했다. 지긋지긋한 놈들의 등살에서 벗어나 모처럼 느껴보는 해방감이었다. 웬일인지 오늘따라 끗발이 기분을 맞춰주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옛말이 어긋나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한주사였다. 처남들 돈을 왕창 긁고 있는데 미추역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허허, 말복인데 비싼 개고기 먹게 생겼수.”
    전화 저편으로부터 미추역장이 비아냥거렸다.
    마을 주민으로부터 개를 도난당했다는 신고가 미추지서에 접수됐다는 것. 오토바이에 강아지를 싣고 가는 역 직원이 주민들에게 목격됐다는 것. 농암역 전화는 몇 시간째 불통이라는 것을 미추역장은 아주 간단하게 사무적으로 말했다.
    미추역장이 기차에 깔려죽은 강아지를 직원이 주워간 모양이라고 증언을 서주었지만 개주인은 절도라고 박박 악을 써댔다. 다행히 미추지서장이 중간에 나서 10만원에 합의를 봐주었다. 주인놈이 알지도 못할 강아지새끼 족보를 쳐드는 바람에 한주사는 한참을 애간장을 태워야 했다.
    처남들에게 긁은 돈을 고스란히 개값으로 물어준 한주사는 치밀어 오르는 울화를 간신히 삭이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저녁땐 개고기 몇근을 들고 돌아갈 요량을 하고 있던 한주사였다.
    집에 도착하면서부터 입에 침이 마르도록 공치사를 해대는 어머니 덕에 잠시나마 김주사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져봤던 한주사였다. 어머니 말에 의하면 시난고난하며 누워계시던 아버지가 며칠 후 벌떡 일어나더란 것이다. 계속 생소금을 드시더니 이제는 매일 아침 약수터에도 나가시고 노인회에도 나가시고 몸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 사람이 심성은 고운 사람이지. 자식농사 망치는 바람에 그 모양이 됐지만 한때는 중앙선에서 성실하기로 소문난 사람 아니던가. 한주사는 마누라에게 개고기 닷근을 부탁했다.
    다시 기적이 울고 비둘기호는 덜커덩거리며 농암역을 떠나갔다.
    한주사와 뒷마을 칠복이 할멈, 농암역에서 내린 손님은 단 두 명뿐이었다. 칠복이 할멈은 서울로 시집간 딸네 집에 다녀오는 모양이었다.
    역시 집표구에는 아무도 없다. 한주사는 칠복이 할멈의 승차권을 받아들었다.
    역무실 문을 들어서니 덕팔이놈이 자신의 책상 위에 두 다리를 올려놓고 골아 떨어져 있다. 술냄새가 코를 찔렀다.
    “김주사랑 최중사 어디 갔어!”
    한주사가 책상을 쳤다. 벌떡 일어선 덕팔이 영문을 모르겠는지 커다란 눈을 껌뻑인다.
    “김주사랑 최중사 어디 갔어!”
한주사가 다시 책상을 쳤다.
    “저, 저녁 먹으러 갔걸랑요….”
    “지금이 몇신데 저녁을 먹어!”
    “오후에 좀 바빠서요….”
    “흥, 개 잡느라고 들 바쁘셨겠지….”
한주사는 역무실을 나와 이덕팔의 오토바이 시동을 걸었다. 눈을 크게 뜬 이덕팔이 역무실 밖으로 쫓아 나온다.
    “저거나 냉장고에 넣어!”
    한주사는 자신의 책상 위에 내팽개친 개고기 닷근을 가리켰다.
    한주사를 태운 이덕팔의 오토바이가 털털거리며 후덥지근한 말복날 밤공기를 가르기 시작했다.



    4.

    “형님, 그 나이에 육량이 대단허요.”
    한참을 우물거리던 개다리 뼈다귀를 내려놓으며 최중사가 혀 꼬부라진 소리를 한다.
    “이놈아, 이래봬도 일주일에 두 번은 한다.”
    김주사가 앞에 놓인 잔을 들어 단숨에 술을 들이켜고 잔을 최중사에게 건넨다.
    “허다니 뭘 말이요?”
    짐짓 모르는 척 최중사가 키들거린다.
    “구들농사도 모르냐, 이놈아!”
    김주사가 언성을 높인다.
    카! 술잔을 단숨에 비운 최중사가 눈살을 찌푸린다.
    “한역장 없으니 살 것 같지요?”
    “좋기야 좋지만 갈굴 사람이 없으니 왠지 섭섭하구만.”
    “허긴, 잔소리가 많아서 그렇지 사람은 좋은 사람이야요.”
    “그거야 맡은 책임이 있으니까 그렇지.”
    “허, 형님 역장 하루 해보더니 아주 싹 달라졌구만.”
    최중사가 비아냥거린다.
    김주사는 최중사가 건네주는 잔을 받아들었다.
    멀리서 오토바이 불빛이 다가온다. 덕팔이놈이 그새를 못 참고 쫓아오는 모양이다.
    김주사는 그래도 덕팔이만한 놈이 없다고 생각한다.
    피를 뚝뚝 흘리는 강아지새끼를 실어온 덕팔이는 창고를 뒤져 토치램프를 끄집어냈다. 소화물창고 뒷켠에서 강아지 목을 따고 피를 뺀 덕팔은 토치램프로 강아지를 새까맣게 그슬렸다. 김주사와 최중사는 장작을 한아름 안고 역을 나섰다. 덕팔이가 오토바이에 가마솥과 그을린 개고기와 양념을 실어 날랐다. 강가에 솥을 건 덕팔이가 강아지 배를 갈랐다. 김주사는 가마솥에 불을 지폈다. 그새를 못참은 최중사가 풍덩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빌어먹을 자식, 누가 교대 안 해줄까봐 그새를 못 참고 쫓아와?”
    최중사가 언성을 높였다.
    대답이 없다.
    김주사는 침침한 눈을 비볐다. 덕팔이놈의 몸집이 두 배로 보인다.
    “거기 누구요?”
    최중사가 목소리를 낮춘다.
    오토바이의 헤드라이트를 끄고 한주사가 다가온다.
    “어, 어, 어….”
    최중사의 입이 벌어진다.
    “아니, 말복에 미친개를 삶아먹었나, 왜 말을 못해!”
    한주사가 언성을 높인다.
    “역장님….”
    김주사가 마지못해 입을 떼었다.
    “역장이고 지랄이고 쇠고랑 차기 싫으면 빨리 지서에 가봐.”
    “지서라니요?”
    최중사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려나왔다.
    “아니 그럼 남의 집 진돗개 잡아먹고 무사할 줄 알았나?”
    “진돗개!”
    김주사와 최중사의 입이 동시에 벌어졌다.
    “지서에 다녀와서 시말선 쓰도록 해요. 그리고 내일 첫차로 본청에 들어가도록 해요. 사건이 매듭 될 때까지 대기발령이요.”
    말을 자른 한주사가 오토바이 시동을 걸었다.
    멀어져가는 한주사의 뒷모습을 확인한 김주사와 최중사는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말년에 개피 뒤집어쓰는구나, 김주사는 술이 확 깨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주섬거리고 일어선 최중사가 가마솥을 뒤적거린다.
    “뭐해?”
    “니기미, 줴다 뱃속에 들어가 버렸으니 그게 똥개란 걸 뭘로 증명하지요?”
    “짖어봐라 이놈아, 뭔 개소리가 나오는지.”
    김주사는 술병을 들어 나발을 분다.
    다시 오토바이가 다가온다.
    “빨리빨리 갑시다.”
    최중사가 개다리 뼈다귀를 신문지에 돌돌 말아 가슴에 품으며 일어섰다.
    오토바이가 멈췄다. 이번엔 틀림없는 덕팔이다.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이다.
    “이놈아, 그래 진돗개를 줏어와?”
    최중사가 언성을 높였다.
    “니기미, 장인어른은 그것도 모르고 잡수셨수?”
    덕팔이가 다시 가마솥에 불을 지핀다.
    "뭔 짓이여?”
    “아따, 내일 삼수갑산을 가도 먹을 건 먹어야지요.”
    덕팔이가 신문지에 싼 개고기를 꺼내 가마솥에 넣는다.
    “역장님도 결산 끝내고 나오신다고 했어요. 오늘은 마음 놓고 실컷 마시래요.”
    덕팔이가 눈물을 훔치며 후후 불씨를 살린다.
    멀리 강 아래로부터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 김명환은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84년 사화집 『시여 무기여』에 시 「봄」 등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1992년 『실천문학』 봄호에 단편소설 「첫눈」을 발표했다. 시집으로 『어색한 휴식』이 있다. 「말복」은 1993년 차명으로 발표했던 것을 다시 고쳐 쓴 것이다.

제 565호
2006년08월05일 17:3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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