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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협상 첫날인 7월 9일 오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환영리셉션에 참석한 한국측 김종훈 수석대표(왼쪽)와 미국측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가 건배하고있다. <사진:뉴시스> |
미국식 FTA는 시장 만능주의
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한미FTA 협상은 2006년 6월 초 워싱턴에서 시작한 제 1차 본 협상을 시작으로 7월 10-14일의 제 2차 서울 협상을 거쳐, 1년도 채 되지 않는 내년 3월 말 타결할 예정이다. 그런데 정부는 사실상 한미FTA에 관해 전혀 깊게 연구한 적도 없으며 “시장을 개방하면 한국사회가 선진화 된다”는 미신에 사로잡혀 있다.
정부의 과장된 주장과는 달리, 공산품의 대미 수출은 미국의 관세가 이미 매우 낮아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미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무역 규제(수퍼 301조)를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대미 수출 증대는 크게 기대할 수 없다. 반면에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은 크게 증대할 것이고, 농업과 축산업 및 서비스 분야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다. 정부는 시장 개방이라는 충격 요법을 통해 이들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하지만, 경쟁력을 높이기 이전에 이 분야에서 대규모의 도산과 대량의 실업이 발생할 것이다.
정부, “시장을 개방하면 한국사회가 선진화 된다”는 미신에 사로잡혀
그런데 한미FTA는 이런 상태를 구제하기 위해 정부가 경쟁력 강화정책을 실시하거나 보조금을 지불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왜냐하면 한국 정부의 개입이 ‘공정한 경쟁질서’를 파괴하여 미국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가 개입하는 경우 미국 기업은 한국 정부를 FTA국제분쟁재판소에 제소할 것인데, 이 재판소는 자본의 이익을 옹호하며 미국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제기구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이 소송에서 져서 거대한 규모의 보상금을 미국 기업들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이런 가능성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맺은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그대로 현실화되었다. 지금 미국의 우편회사(UPS)가 캐나다 정부가 우체국을 보조한다고 제소했는데, 만약 이 사건에서 캐나다 정부가 진다면 캐나다의 공공 서비스는 완전히 민영화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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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2일 5만의 군중이 한미 FTA반대 집회를 비가 오는 가운데 진행하고 있다. |
FTA국제분쟁재판소, 미국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제기구
한미FTA에서는 건전한 생산적 투자와 론스타 같은 파괴적 투기 자본을 구별하지 않고 모든 투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에, 제 2, 제 3의 론스타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고, 론스타 같은 사태가 속출해도 한국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 한미FTA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관련이 있는 생산적인 직접투자는 기대하기 어렵고, 기업의 흡수합병과 유가증권 투자가 한국경제를 유린할 것이다. 만약 생산적인 외국인투자가 유입된다 해도 한미FTA는 부품의 현지 조달, 현지인 고용, 기술 이전 등 정부가 외국자본에 대해 어떤 의무를 부과할 수도 없다.
한미FTA가 체결되면 미국의 자본가들이 한국의 정치와 경제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한국 정부가 한국의 기업이나 민중을 위한 어떤 정책을 실시하려고 하면, 미국의 자본가들이 국제분쟁재판소에 제소하여 그 정책을 저지할 뿐 아니라 막대한 보상금을 챙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한국 사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자와 빈자, 수출산업과 내수산업 사이에 양극화가 심화되고, 민중의 삶은 도탄에 빠질 것이며, 빈민에 의한 불만이 폭발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거듭될 것이다.
한미FTA가 체결되면 미국의 자본가들이 한국의 정치와 경제를 지배하게 될 것
한미 FTA의 현실적인 내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는 개방 만능주의와 시장 만능주의에 사로잡혀 정신없이 한미FTA의 체결에 올인하고 있다. 이리하여 노무현 정부는 FTA 협상과정에서 이용할 수도 있을 사항들-즉 의약품 가격 인하 정책의 중지,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 강화 방침의 취소, 광우병 파동으로 중단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재개, 스크린 쿼터의 축소-을 오히려 ‘FTA 협상의 4대 선결과제’라고 말하면서 미국의 일방적 요구를 굴욕적으로 받아주었다.
이제 우리는 한미FTA 협상을 중단시킬 뿐만 아니라 노무현 정부를 타도하고 민중 중심의 새로운 정부를 세우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김수행 / 서울대 교수. 경제학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협상 첫날인 7월 9일 오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환영리셉션에 참석한 한국측 김종훈 수석대표(왼쪽)와 미국측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가 건배하고있다. <사진: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