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의 모든 정부는 ‘국가경쟁력’의 향상을 외치고 있다. 자기 나라의 기업들이 다른 나라의 기업들보다 제품을 값싸게 그리고 질 좋게 만들어 더 많이 수출함으로써 산업생산을 증가시키고 고용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려고 한다. 다시 말해 각국 정부는 다른 나라의 시장을 빼앗아 자기나라의 경제를 살리려고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미국 등 강대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을 규제하면서도 타국 정부에게는 정치적 외교적 압력을 넣어 시장을 개방하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세계경제가 전체적으로 불황에 빠져있기 때문에 시장쟁탈전이 더욱 가열되게 마련이지만, 국가경쟁력 향상 전략은 세계 전체는 물론이고 한 나라의 경우에도 고용과 소득을 장기적으로 증가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모든 학생이 1등이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나라가 경쟁력에서 1등이 될 수는 없다. 1등만이 세계시장을 지배하기 때문에, 모든 나라가 다투어 1등이 되고자 하지만 모두가 1등이 되는 상황은 결코 오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문제의 핵심이다.
국가경쟁력에서 1등을 하려면 예컨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기술 1등국은 세계시장을 쟁취하면서 고용과 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지만, 1등국이 아닌 나라들은 뒤진 기술에서 오는 불리함을 다른 방법으로 메우면서 경쟁하려 할 것이 분명하다. 임금수준을 삭감하거나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을 수탈함으로써 제품의 원가를 인하해 국가경쟁력을 높이려고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술 1등국의 국민들은 소득이 증가하지만, 기타의 모든 나라의 국민들은 임금 삭감으로 소득이 감소하기 때문에, 세계 전체의 구매력은 줄어들고 따라서 세계시장의 규모가 축소될 것이다. 이리하여 결국에는 기술 1등국조차 판매시장을 확대할 수가 없게 되고 기술 1등국의 소득도 증가할 수 없게 된다. 세계시장의 규모가 줄어들면 각국 사이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무역전쟁이 일어나고 나아가서는 각국 간 무력분쟁도 일어날 수 있다. 사실상 1930년대의 대불황이 제 2차 세계대전을 야기한 것도 바로 이런 경로를 통한 것이었다.
더욱이 새로운 기술을 어느 한 나라가 오랫동안 독점한다든가 어느 한 나라가 계속 새로운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기술 1등국의 위치를 오랫동안 차지할 수는 없다. 예컨대 미국이 기술 1등국이었다가 그 다음에는 일본이 기술 1등국이 되고 또 그 다음에는 독일이 기술 1등국이 되는 것처럼, 지금의 기술 1등국이 나중에는 기술 3등국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옛날의 기술 1등국도 임금 삭감의 방법으로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려 할 것이 아닌가? 결국 세계시장이 점점 더 축소되고 세계 모든 나라의 국민들은 임금 삭감과 생활수준 저하에 직면하게 될 뿐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세계의 모든 나라가 국가경쟁력의 향상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면서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1등이 아닌 수많은 나라의 국민들은 수출 증대와 서민 불행의 악순환에 점점 더 깊게 빠지게 되며, 이것 때문에 1등국의 경제도 호황을 계속 누릴 수가 없다.
어떻게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는가? 정부는 수출 증대와 서민 불행의 악순환을 끊고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수출중심의 경제정책을 버리고 내수시장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1950-70년의 서구 자본주의의 황금기에는 병원과 학교가 무료이고 실업수당과 노후연금이 인색하지 않았으므로 내수시장이 매우 커서 생활수준의 향상과 높은 경제성장이 동시에 달성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내수시장을 확대한다고 하면서 신용불량자를 대규모로 만든 적이 있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되고 빈민과 서민에 대한 사회복지를 개선 확장해야 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하고,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공평하게’ 거래하도록 해야 하며, 정부재정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 탈세를 막고 부유층에게 좀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해야 할 것이다.
김수행 / 서울대 교수. 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