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0 철도청 본청 직장협의회의 성명에 대하여>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공허한 말의 성찬이 아니라
작은 실천이라도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
1. 20일 철도청 본청 직장협의회 명의로 발표된 '철도노조와 건교부 협의결과에 대한 입장'라는 성명을 접하고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실로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 직협이 발표한 '입장'의 대부분은 2만여 조합원들의 총의를 모아 확정한 노동조합의 요구안을 비난하고 심지어 노동조합의 대정부 교섭과정을 왜곡하여 '정부안에 합의하고 통과시키려는 저의'라는 표현까지 동원하여 성토하고 있는 것은 주장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조직간에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다.
2. 우리는 이러한 직협의 주장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라고 하는 근본적인 의문을 가진다.
정부와의 투쟁이 조직의 모든 힘을 합하여 전력을 다 기우려도 어려운 과정이라는 것을 피부로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스스로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행위를 최대한 자제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직협의 주장이 지난 시기 조합과 함께 투쟁의 현장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했고 지금도 차가운 감옥에서 투쟁하고 계시는 동지들과 국회와 서울역을 비롯한 전국에서 노숙투쟁을 하고 있는 조합원을 모독하는 행위이기에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3. 철도노동조합이 지난 3년간 철도민영화 저지투쟁과정에서 정부는 물론 국회, 그리고 고속철도공단 등 이해집단 그리고 각종 언론들과 수많은 투쟁을 전개하여 왔고 그 과정에서 갖은 중상과 모략을 다 당해 보았지만 한 식구라고 하는 직협의 '입장'을 접하고 더욱 개탄하는 것은 비단 그 태도의 문제만은 아니다.
4. 직협의 주장대로 노동조합의 '저의'에 맞서 공사법 저지를 위해 자신들과 '뜻을 같이 하는 철도직원들과 함께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주장이 최소한의 정당성을 가지고 설득력을 가지려면 공허한 성명발표가 아니라 최소한의 투쟁계획이라도 함께 나와야 한다. 더구나 지난 2·25, 4·20, 6·28 등 철도의 미래가 백척간두에 있을 때 과연 자신들이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진솔한 자기성찰 없이 입장의 대부분을 노동조합을 비난하는데 쓰고 향후 계획은 전무한 투쟁의지는 과연 무엇을 하자는 것인가!
5. 우리가 더욱 아연실색하는 것은 최근 직협의 홈페이지를 통해 공공연하게 유포시키고 있는 해고자 문제에 대한 입장이다. 직협에서 그토록 열망하는 직원들의 연금불이익방지방안은 누구의 시혜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우리가 4대 요구안으로 제출한 희생자 구제방안을 마치 공사법과 해고자를 바꾸는 것으로 호도하는 것은 해고자들을 두 번 죽이는 길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밝혀둔다.
6. 직협이 주장하는 '공사법 제정을 일단 연기한 후 합리적인 방안을 찾자'는 주장은 또 무엇인가! 당장 내년 1월이면 공단으로 그 신분이 전환되는 철도인들의 연금대안은 무엇이라는 말인가! 자신들은 공단으로 가지 않으니 그 사람들은 어찌되어도 좋다는 것인가! 합리적인 방안은 언제라도 제출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진정으로 쟁취하고 싶다면 그리고 그것이 필연적으로 정부와의 피할 수 없는 투쟁의 결과라고 한다면 최소한 직협의 지도부들은 공허한 말의 성찬을 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최소한의 실천투쟁을 전개하라.
7.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살을 에는 추위와 장대비속에서도 '민영화 저지 국민철도사수'를 외쳤던 2만여 철도노동자들은 결코 경제적 동물이 아니며 직협이 주장하는 연금불이익방지를 위해 투쟁의 선봉에 섰던 해고자 그 누구도 자신들의 복직과 조합원 동지들의 경제적 불이익을 바꾸어 달라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철도노동자로서 자존심을 지키고 동지들과의 피로서 맺은 의리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로 생각하는 '이 땅의 당당한 노동자다' 라는 사실을 직협은 인식하기를 감히 충고한다.
8. 오늘 우리는 직협의 투쟁의지를 진심으로 믿고 싶다. 그러나 실상에서는 '우리의 처지에서 무엇을 할 수 있나' 라고 표리부동한 입장을 지금이라도 탈피하여 투쟁의 전선에서 우리와 함께 한다면 2만2천 철도노동자는 언제나 직협과 함께 투쟁해 나갈 것이다.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없는 것도 찾아서 해야 하는 지금이 시기에 조합원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소모적인 논쟁을 지금이라도 중단하고 구체적인 실천으로 나서라. 희생자들의 처지를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지난 수개월동안 개방해 놓은 CMS조차 못하는 것도 처지의 탓을 돌릴 것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장에서 투쟁하고 있는 우리 2만2천 조합원들은 그러한 진솔한 실천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가! <끝>
2003. 11. 20
전국철도노동조합 중앙쟁의대책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