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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천종연 전기장 순직에 부치는 서지본 성명서
서지본

2001년 08월 10일 582  /  2
정부와 철도청은 얼마나 더 죽여야 속이 시원한가?

또 한 사람의 철도노동자가 죽었다. 동료와 부하직원을 아끼고 항상 솔선수범하며 위험한 일 궂은 일을 도맡아 하던 성실한 한 노동자가, 자상한 한 가정의 가장이 쓰러졌다. 양평전기의 천종연 수장의 죽음 앞에 우리는 무어라 치미는 분노를, 가슴아픔을 표현할 길이 없다.
벌써 열 두명째다. 도대체 철도청은 올해가 다 가기 전에, 아니 올 여름이 다 지나기 전에 얼마나 더 많은 철도노동자를 죽여야 속이 시원한 건가?
우리는 지난 7월 29일 철도의 관문인 서울역 광장에 모여 목이 메어 외쳤다.
"더 이상 죽이지 말라!"
"더 이상 죽이지 말라!"
이 것은 철도노동자들의 피맺힌 절규였고 가슴속 깊은 데서 터져나오는 절절한 외침이었다.
그런데도 철도청은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요구하는 철도노동자들의 절박한 외침에 묵묵부답일뿐이다. 대답은커녕 무슨 철도청의 홍보담당관이라는 자는 안전교육이 덜 되서 그렇다는 둥 하며 오히려 순직사고의 책임을 고인들에게 돌리고 있다. 또 무슨 본부장은 오히려 철도에서 사람이 죽는 건 당연하다는 투로 우리 철도노동자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도대체 이렇게 속절없이 우리가 죽어가는 건 당연한 일인가? 책상머리에 앉아 현장인력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는 철도청의 관리들은 안전교육이 잘 돼서 안 죽고 현장의 철도노동자들은 안전교육이 안 돼서 죽고 있다는 말이 사실인가?

철도청은 안전교육을 운운한 홍보담당관과 인력감축의 담당자 영업본부장, 시설과 전기본부장, 안전환경실장을 즉각 해임하고 철도노동자가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인력을 충원하고 안전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철도청은 이제라도 직시해야 한다. 이번 연이은 순직사고의 배후에는 분명 억지 인력감축이 있었다. 절대인원조차 없는 현장을 무시한 채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인력감축을 아무런 대책도 없이 밀고 나간 철도청의 담당자는 마땅히 그 책임을 져야 한다. 또 마치 철도노동자의 연이은 순직사고가 고인 당사자의 책임인양 안전교육 운운한 홍보담당관 역시 철도노동자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시켰는 바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시설본부장과 전기본부장은 물론 직원들의 안전에 대한 대책없이 업무를 지시한 바 그 책임을 져야 하며 안전환경실장은 안전에 대한 경각심 없이 벌써 12명을 죽인 죄를 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철도노동자에게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고 천종연 전기장은 2만5천 볼트의 특고압이 흐르는 전차선 아래서 전차선 차단이라는 최소의 안전조치조차 없이 작업했다. 이것은 평소의 관행이었으며 철도청이 얼마나 안전조치에 무관심한지를 반증하는 것이다. 생명경시라는 말은 바로 철도청의 관료들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철도노동자들이 요구한 것은 우선 최소한의 열가지 산업안전대책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안전에 대한 제반 대책은 철도청이 무슨 교육때마다 떠들어 대는 최소가 아닌 최대로 확보되어야 한다. 그래야 죽지 않고 일할 권리가 최소라도 확보되는 것이다.
인력충원은 모든 산재사고를 막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구이다.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원조차 확보하지 않은 채 안전을 말하는 것은 거짓이며 사기이다. 철도청은 찢어지는 아픔과 슬픔을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아픔과 슬픔을 행동으로 치유해야 한다. 행동이 없는 말뿐인 슬픔은 여전히 철도노동자들의 억울한 죽음을 조장할 뿐이며 결과적으로 3만 철도노동자와 10만 철도가족의 가슴에 피멍이 들게 하는 행위일 뿐이다. 도대체 누가 그런 말을 더 이상 믿겠는가?

행자부와 기획예산처는 철도노동자 다 죽이는 인력감축과 민영화계획을 전면 철회하고 진정한 철도 발전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의 철도노동자의 연이은 순직사고가 철도민영화를 전제로 한 무리한 인력감축과 구조조정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은 이제 철도노동자라면, 철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일반국민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 되고 말았다. 오직 국제금융자본의 요구에 충실한 정부와 그 충실한 하수인인 기획예산처, 행자부만이 이 사실을 알면서도 모르쇠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행자부와 기획예산처가 관료가 아닌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국민에 충실한 공무원으로 돌아와 철도의 현실을 직시하고 철도의 앞날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길 촉구한다. 철도노동자가 현장에서 죽어나가는 현실은 바로 민영화된 철도의 앞날을 예견하는 것이다.

더 이상 이렇게 죽음을 맞이할 수는 없다.
3만 철도노동자와 10만 철도가족, 온 국민이 하나로 단결하여 인력감축과 민영화를 저지하고 국민의 철도, 통일 철도의 새날을 열어가자!

철도노동자의 죽음은 곧 철도를 이용하는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어 있다. 철도노동자의 죽음으로 지켜지고 있는 국민의 안전은 이제 곧 그 한계에 도달할 것이며 곧바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은 너무도 명백한 사실이다.
우리 철도노동자는 더 이상의 억울한 죽음을 두고 볼 수가 없다. 더군다나 국민앞에 다가오고 있는 대재앙을 모른 채 할 수가 없다. 인력감축과 민영화 저지는 국민의 안전한 철도 이용을 책임지고 있는 철도노동자의 당연한 임무이다.
철도의 해외매각과 사기업화를 막아내고 국민의 철도를 지키는 것은 물론 다가오는 통일시대를 맞이하여 통일철도의 앞날을 예견하고 통일철도를 준비하는 것 역시 우리 철도노동자의 몫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일제 식민지 시대를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땅에 남의 철도가 운행되고 남의 이윤을 위해 우리 철도노동자가 혹사당하고 국민이 괄시당하던 그 옛날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우리 국민의, 우리 민족의 철도를 일제식민지 시대처럼 해외에 팔아버리거나 대기업에 팔아넘기는 행위는 죄악임에 분명하다.
더 이상 이렇게 죽음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국민에게 닥쳐올 재앙을 지켜볼 수는 없다. 국민의 철도를 엉뚱한 놈들에게 팔아넘길 수는 없다. 3만 철도인이, 10만 철도가족이, 온국민이, 온겨레가 하나로 단결하여 인력감축과 철도민영화를 저지하고 국민의 철도, 통일철도의 희망찬 내일을 열어가자!


2001년 8월 8일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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