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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고] 철도 산업 새로운 접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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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4월 30일 14시 04분 59초
1899년 노량진∼제물포 간을 시작으로 달려온 우리 철도는 일제시대에는 수탈의 도구로서, 한국전쟁과 이후 경제재건 과정에서는 산업의 대동맥으로서 민족의 애환을 싣고 달려왔다. 70년대 이후 도로교통에 밀려 사양길을 걸었던 철도지만 이제 남북 철도 연결과 고속철도 개통을 앞두고 미래의 교통대안으로서 철도에 대한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유럽을 비롯한 철도 강국들은 철도 부흥을 교통정책의 핵심으로 설정하고 대대적인 투자와 제도개혁으로 철도 르네상스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지난 정부와 일각에서는 철도가 연간 6000억∼7000억원의 적자를 내며 국민의 혈세를 축내는 비효율적인 국가기관이므로 이를 민간에 매각, 국가재정부담도 줄이고 효율화를 달성하자는 철도민영화론을 펴면서 5년을 보내왔다.

철도민영화론의 주된 논거는 적자론과 공공기관의 비효율론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교통정책 전반에 대한 철학과 비전이 결여된 단편적인 주장이었음이 민영화를 선행한 각국의 사례로 드러나고 있다. 철도산업을 영위함으로써 발생하는 유형무형의 부가가치를 계량화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즉, 저에너지 소모와 환경보호,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도로혼잡비용 감소 및 시민의 안전한 이동권 확보 등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철도가 제공하는 가치는 직접적인 이윤으로 상계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를 단편적인 기업회계 논리로 접근하는 철도적자론의 맹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만약 우리 철도가 국민의 이동권을 무기로 그 독점적 지위를 활용, 돈벌이를 위해 적정한 이윤을 더하여 요금을 현실화했더라도 적자를 기록했을 것인가. 그리고 수지가 맞지 않는 노선을 폐지해 나갔더라면 최소한 오늘의 적자타령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었을 것이다. 한 기업의 수익성이 높아지더라도 국가 전체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면 이것이야말로 국가적 비효율이 아닌가.

한 예로 철도의 수송분담률이 높아져서 연간 13조원이 넘는 도로혼잡비용을 낮추고 세계 1위인 교통사고사망률을 낮추어 나갈 수 있다면 이것도 적자이고 비효율인가. 기름 한방울 안 나는 우리 나라에서 철도를 통한 대량수송체계 확보는 얼마의 이윤으로 계산되어야 하는가.

규모의 경제를 강조하지 않더라도 고속철도와 기존철도를 경쟁관계로 사고하는 것은 또 다른 비효율이다. 선로와 역을 공유하여 연계수송을 통해 고속철도의 수혜를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나가야 하는 사업을 분할시킴으로써 얻을 수 있는 국가 경제적 이득은 무엇인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위험한 실험이다. 고속철도를 일반철도와 경쟁관계로 인식하는 것은 고속버스와 일반버스를 경쟁관계로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무의미하다. 각수단간의 경쟁보다 각수단간 효율성의 극대화가 교통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

또한, 주인없는 공기업이라서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은 납세자이자 당사자인 시민사회의 철도 운영 참가를 보장하는 내외부 감시체제 구축을 통해 극복해나가야 할 것이다. 민간자본에서 주주(shareholder)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외이사제도의 한계를 뛰어넘는 당사자의 이해(stakeholder)를 보장하는 장치로서 공공부문 지배구조 혁신의 과제다. 주인없는 공기업이 아니라 주인이 있음에도 그 역할을 보장해 주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민족의 애환을 싣고 달려온 철도는 이제 민족의 평화와 번영을 앞당기는 메신저로서 새롭게 재조명되어야 한다.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으로서 철도산업에 대한 사고의 전환, 여기서부터 철도 르네상스는 개척될 것이다.

/김영훈 전국철도노조 정책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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