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소식마당 > 언론보도

 

[경향-기고]‘철도 대타협’ 의미 호도말라
운영자
925 285  /  8
2003년 04월 30일 13시 51분 19초
지난 20일 오전 4시로 예정된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총파업을 앞두고 무려 24시간을 넘는 마라톤 협상 끝에 노사가 대타협을 이루어냈다. 철도 노사의 4·20 합의는 향후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몇가지 의미를 가진다 할 것이다.


첫번째 의미는 공공부문 노사관계를 해결하는 방식의 전환에서 찾을 수 있다. “정부를 대표하여 협상에 임하겠다”는 철도청장의 발언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협상의 전권을 위임하여 책임있게 이를 추진하게 한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변화는 그동안 공공부문 노사관계에서 고질적인 문제인 사측의 불성실 교섭과 이로 인한 노사관계의 악순환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번 정기 단체협상에서 철도 노사의 최대 쟁점이었던 해고자 복직, 가압류 및 철도 민영화 정책 철회 등은 사실 정부 각 부처의 중요한 정책 변화와 예산상의 지원을 동반해야 하므로 노사간 자율교섭으로는 풀기가 대단히 어려웠던 문제다. 이처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를 철도 노사가 주체가 되어 협상을 통해 해결했다는 점에서 1차적인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언론과 재계는 공공부문의 자율교섭에 대해 정부가 노조의 힘에 이끌려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하고 심지어 개혁을 후퇴시켰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마치 노조가 파업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정부를 협박한(?) 것으로 국민들이 느끼게 할 수 있다. 경도된 노조관의 표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두번째로 철도 구조개혁과 관련된 중요한 변화이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어떤 일을 추진할 때는 주체를 바로세우는 것이 그 일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철도개혁의 주체는 바로 철도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철도 노동자들과 이로 인해 수혜를 받을 당사자들이다. 그러나 지난 시기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추진된 일련의 정부 정책은 오히려 당사자간에 새로운 갈등과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기 일쑤였다. 이러한 추진과정의 문제는 개혁에 대한 철학과 비전이 결여된 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철도부문의 경우 지난 정부가 민영화만이 유일한 방식이라고 믿고 주체들의 의견을 배제한 채 구조개혁을 추진함으로써 결국 민영화 자체가 개혁의 목표가 되어버린 형국이었다. 이번 4·20 합의서는 철도개혁이 ‘국민에게 제공되는 철도의 보편적 서비스를 향상시키기 위함’이라는 목표를 분명히 밝히고, ‘당사자들의 의견과 이용자인 시민사회의 입장을 반영하는 사회적 합의 속에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여 추진한다’는 개혁의 기본철학과 비전을 담고 있다. 당사자간 이해를 최우선시해야 하지만 이럴 경우 종종 조직 이기주의에 흐를 가능성이 있고, 그러한 예가 있었다. 따라서 철도노동조합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용자인 시민사회의 입장을 함께 고려하여 이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구조개혁이 후퇴하였고 현 체제를 고수하겠다는 모호한 표현이라는 주장이 있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탈선’이라는 극단적인 용어를 들먹이며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조장하려 한다. 이것은 당해 사업장의 산업적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거니와 앞에서 지적한 철학의 빈곤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물론 여러가지로 부족하긴 하지만 이번 철도 노사 합의가 공공부문 노사관계의 진일보를 위한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개혁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갈등을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가라는 사회적 의제를 푸는 데 일조하기를 철도 노동자의 한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란다. 노동운동이 우리 사회를 보다 나은 사회로 만드는 하나의 분명한 주체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김영훈/철도노조 정책연구팀장>

  
쓰기 목록 추천 수정 답글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