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철도노동자 고달픈 24시
주 62시간 '철길순례'
잇단 감원 산재 벼랑
철도 노동자의 산업재해가 해마다 늘고 있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우리나라 철도노동자가 업무와 관련해 사망하는 숫자는 91년 이후 총 298명으로 연 평균 28명이며, 지난해는 그보다 많은 31명이 철로 위에서 숨졌다. 구조조정의 회오리 속에 시시각각 재해의 위협에 맞서고 있는 철도노동자들의 근무 현장을 가본다. 편집자주
“빠~아~앙!”
멀찌감치서 기차가 보였다. “열차!” “열차!” 두 사람이 잇따라 외치며, 철길 바깥쪽으로 튀어나가 한강철교 난간쪽의 점검선에 바짝 붙었다. “쉬이이익! 철커덕!”하는 소리를 거칠게 내며, 거대한 철마가 순식간에 다가왔다가 멀어졌다.
그 잠깐 사이 열차가 겨울 한강 위에서 일으키는 차갑고 거센 회오리에 두 사람이 빨려들어갈 것만 같다. 열차가 지나가자 두 사람은 다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철길로 들어가 고압선이며, 전주, 애자, 보호덮개 등을 살폈다.
24일 순회 근무중이던 전기원 윤아무개(34)씨와 이아무개(29)는 “철도청에서 근무하는 동안 하루도 사고의 위험에서 자유로운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시속 100㎞가 넘는 철마는 하루에도 수십 차례 앞뒤에서 무심한 얼굴로 그들을 향해 달려오기 때문이다.
“순회 근무 때는 철길 위로 걸어다녀야 시설을 제대로 점검할 수 있어요. 그러다 열차가 오면 재빨리 알아채고 피해야죠. 못 피하면,… 그냥 가는 거죠. 그래서 철길은 그 자체가 생사의 갈림길이예요.”
게다가 인력감축으로 이들의 노동시간은 더 늘고 노동강도는 높아졌다. 한국철도 노동자의 45%가 해당하는 `1주야 맞교대' 근무자들의 2001년 1주 평균 노동시간은 62.1시간, 1달 270시간, 1년 3240시간에 이른다. 이것은 세계 최장이라는 한국 노동자의 1주 평균 노동시간인 47.5시간보다도 15시간 이상 많은 것이다.
이런 장시간 노동 뒤에는 1994~2001년 사이 이뤄진 4835명의 인력감축이 있다.
철도청은 94~96년 605명, 97년에는 1142명을 줄였으나, 현 정부의 구조조정이 시작된 98년에는 한 해 동안만 2658명을 감축했다.
. 특히 사망사고가 가장 많은 시설관리(선로 등 보수·유지)의 경우 3560명에서 2458명으로 무려 1102명(30.9%)을 줄였다.
시설관리쪽의 한 반장은 “인력감축 뒤에 평균 8~10명이던 한 조가 5~7명으로 줄었어요. 일손이 부족해지니 선로작업 때 열차 감시원을 따로 둘 수 없고, 결국 사고가 많아지는 거죠”라고 말했다.
이 결과 2000년 22명이던 산재 사망 사고가 지난해에는 31명으로 늘었다. 역시 선로작업과 순회 사고가 10명으로 가장 많고, 역안 이동 사고는 2명, 감전사 1명 등이었다. 조사자들의 피로누적이 사고 증가의 원인일 것이란 게 노조쪽의 주장이다.
철도노조의 이종열 선전홍보국장은 “사람이 자꾸 죽어 철도의 안전이 위협받는다면 도대체 인력감축과 사영화의 목적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이대로라면 철도산업 자체가 파탄나고 대형 철도사고로 이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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