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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노] 두산중 사태가 남긴 것 - 손배·가압류 문제 해결 전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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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3월 13일 10시 37분 49초
■ 두산중 사태가 남긴 것 - 손배·가압류 문제 해결 전기 마련

전근대적 노무관리 문제 사회쟁점화…산별노조 위상강화 계기

63일간 노동계 안팎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두산중공업 사태는 손배·가압류 와 이른바 '블랙리스트'로 상징되는 전근대적 노무관리 등 최근 노사관계의 핵심현안을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시켰다.
한 노동자의 죽음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가 두산중공업이라는 단위사업장을 넘어 순식간에 전 노동계 투쟁으로 확산된 것도 따지고 보면 '회사의 탄압에 의한 분신'에서 오는 노동계의 분노만이 아니라 대부분 사업장에 만연한 손배·가압류 문제와 사측의 비합리적 노무관리에 기인한 것이었다.

* 손배·가압류 사회적 쟁점화
제조업과 비제조업, 사기업과 공기업을 가리지 않고 노조 발목을 잡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돼 온 손배·가압류는 이미 그 총액이 2,000억원을 넘어선 상태였으며 최근 노사갈등을 경험한 주요 사업장들이 현안으로 떠안고 있는 문제였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배달호 씨 분신사태는 손배·가압류 문제를 주요한 사회적 이슈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또 손배·가압류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악화되고 불매운동이 본격화되면서 기업이미지에 타결을 입은 회사도 커다란 부담을 느끼게 됐다.
결국 이번 합의에서 개인 손배·가압류를 모두 해제함으로써 다른 사업장에서의 문제해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선례를 남겼다. 더욱이 올해 임단협부터는 노동쟁의에 대해 손배·가압류부터 걸고 보는 일부 사용자들의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노동쟁의에 대한 가압류 금지와 손배 제한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는 노동계의 제도개선 요구도 탄력을 받게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한 대공장 노무담당자는 "손배·가압류가 사회문제화되면서 당장 올해 임단협을 앞두고 난감한 상태"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 통제 중심 노무관리 변화 계기
조합원에 대한 사찰과 통제 등 두산중공업의 전근대적인 노무관리 방식이 한계를 드러낸 것도 다른 사용자들에게 '타산지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강압적인 노무관리로 일관하면서 노사문제에서 재계의 리더 역할을 해 온 두산중공업 박용성 회장 입지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두산중공업이 민영화 이후 지속적으로 유지해 온 강압적인 노무관리가 노사안정보다는 더 큰 갈등을 가져왔고 합의서에도 부당노동행위 근절을 약속한 만큼 두산중공업 노무관리가 어떤 변화를 보일지도 관심사다.

이와 함께 고아캠과 기아자동차에서도 잇따라 발견된 것처럼 개별사업장에서 만연된 '사찰과 통제'의 노무방식도 이 기회에 근절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이미 노동부가 이례적인 특별조사를 통해 이 사안을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한 것도 개별 사업장에서의 통제적 노무관리 방식에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사업장 내에서 부당노동행위를 근절하고 노동기본권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른 사업장에서도 노무관리 방식에 대해 계속 문제를 제기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 금속노조 '산별' 위상강화
이와 함께 금속노조도 이번 합의에 주체로 나선 것도 회사가 산별노조의 실체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커다란 성과로 남았다.
이번 사태의 배경이 된 지난해 47일간의 파업도 회사가 산별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촉발됐다. 결국 당시 파업은 산별노조를 강화하려는 노동계와 산별노조를 저지하려는 재계 사이의 대리전 양상을 보였지만 금속노조는 47일간 파업과 지원투쟁에도 불구하고 노조 내 최대 사업장에서 집단교섭 삭제라는 아픔을 감수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합의과정에서 금속노조 김창근 위원장이 교섭대표로 나서고 합의서에도 직접 서명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회사의 대화 파트너로 인정된 셈이다.

또한 금속노조가 지역지부들을 중심으로 주요한 투쟁동력을 형성하면서 사태해결에 주요한 역할을 한 것도 조직적 성과를 남겼다.
당초 내부동력이 부재해 노동계가 열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금속노조 경남 1, 2지부를 중심으로 한 지역노동계가 이번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전국에서도 조문과 빈소 사수행렬이 이어지면서 동력 부재의 한계를 상당부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사태 막바지까지 현장 동력이 살아나지 못함에 따라 두산중공업에서 현장 조직력 회복은 여전한 과제로 남게 됐다.

금속노조 심상정 사무처장은 "산별노조에 대한 탄압을 금속노조 전체 투쟁을 통해 막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번 사태가 신종 노동탄압인 손배·가압류 문제, 파업권 제한 문제 등에 맞서 노동기본권을 확보하는데 상당한 밑거름을 만들어 냈다"고 평가했다.

김재홍 기자(jaehong@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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