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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소방안전 지침' 아무 쓸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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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2월 20일 08시 37분 04초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에는 기존의 소방안전대책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화재대비 시스템 점검과 새로운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너나 휘발유로 추정되는 인화물질을 이용한 방화로 불이 순식간에 번진 데다, 전기 공급이 끊기는 바람에 대구지하철공사가 마련한 ‘종합방재관리대책’의 ‘소방안전대책’ 지침은 사실상 휴지조각에 불과했다.

대구지하철공사의 소방 매뉴얼인 ‘소방안전대책’은 화재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대책을 마련해놓고 있다.

첫째 역구내 화재, 둘째 운전 중 객실 화재, 셋째 화재 확대로 터널 정차 등이다. 이번 화재는 이 가운데 첫째와 둘째 경우를 합친 양상으로 일어났다. 역 안에서 일어났으며, 객실 안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역 안에서 화재가 난 경우 1079호(안심행) 전동차 기관사와 중앙로역의 방화관리자인 역장은 초기 소화활동을 벌이고 소방서와 종합사령실에 연락해 지시를 받았어야 하나, 정전으로 인해 어떤 연락도 가능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중앙로역 근무자들로 이뤄진 방화관리자와 자위소방대는 정전과 유독가스로 인해 현장 접근조차 어려웠다.

소방안전대책은 초기 진압 실패로 화재가 확대됐을 때는 진입하는 열차를 무정차 통과시키고, 후속열차를 운행중지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오전 9시55분께 화재 사실을 안 종합사령실이 오전 9시56분께 1080호 전동차 기관사에게 화재 사실을 알리고 진입을 지시한 뒤 다시 신속 출발을 지시하려 했을 때는 이미 전원이 끊기고 통신이 두절돼 더이상 지시가 전달될 수 없었다.

또 객실 안에서 화재가 나면 종합사령실에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 가장 가까운 정거장까지 운행하고 승객들을 대피시키도록 돼 있으나, 이번 경우에는 역 안의 전동차 객실에서 화재가 났음에도 문이 열리지 않아 승객들이 대피할 수 없었고, 역의 방화관리자와 자위소방대도 정전과 유독가스로 접근이 불가능했다.

역 안의 소방시설도 승강장 화재에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정전과 유독가스로 인해 소화전이나 소화기 사용이 불가능했고, 스프링쿨러나 이산화탄소 소방설비는 승강장에서는 사용할 수 없어 아예 설치되지 않았다. 자동화재탐지설비는 작동했으나, 대합실에만 스프링쿨러가 물을뿌렸을 뿐 이번 화재를 잡지는 못했다.

특히 ‘1인 승무제’도 이번 사고의 피해를 키운 원인 중의 하나가 된 것으로 보인다. 대구지하철은 1998년부터 전동차 앞의 기관사와 뒤의 차장이 함께 타는 2인 승무제를 1인 승무제로 바꿔 운영하고 있다. 철도노조의 백성곤 교육선전실장은 “차장이 있었으면 더 일찍 화재를 발견하고 승객들을 대피시켜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랬다면 출입문의 수동 개폐와 배터리 사용도 원활하게 이뤄져 이런 대형 참사로 확대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1인 승무제를 시행중인 지하철 노선은 서울 5~8호선, 분당선, 인천지하철, 부산지하철 등이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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