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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다음 열차는 안녕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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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2월 14일 15시 08분 28초
다음 열차는 안녕한가요?

노조가 지하철 연장운행을 반대한 까닭… 정비 대책 없고 인천 등 빠진 ‘반쪽연장’


칼바람이 외투를 파고든다. 눈이 녹아 얼음판이 된 도로에서 택시를 잡는다. 연말이면 각종 모임을 끝낸 사람들이 쏟아져나와 서울에서 택시 잡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밤 12시가 넘은 서울 도심 지하철 역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일터가 서울 충무로 근처인 이명철(37)씨는 “밤 11시가 넘으면 지하철 막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전철 역으로 100m 달리기 선수처럼 뛴다. 막차를 놓치면 택시 잡기가 힘들고 택시 요금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12월9일부터 시민의 교통편의 증진을 위해 서울 지하철을 종착역 기준으로 새벽 1시까지 연장운행한다. 서울시는 “최근의 심야활동 인구 증가 추세에 따른 시민의 교통편의를 위해 연장운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연장운행 방침에는 노조와 협상을 이유로 철도청이 맡고 있는 수도권의 7개 국철 노선과 인천 지하철이 불참하고, 서울 지하철공사 노조와 도시철도공사 노조도 연장운행을 반대했다.


최소한의 시범운행 등 안전성 확보 소홀


시민들 처지에서는 절실한 지하철 연장운행이 왜 삐걱거릴까. 먼저 노조들은 연장운행에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오히려 1시간 연장이 아니라 24시간 운행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배일도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은 서울시의 연장운행 방침에 앞서 2000년 9월부터 ‘경제활동 통행금지’ 해제 차원 등에서 지하철 24시간 전일제 운행을 제기했다. 전철 연장운행과 관련해 서울도시철도노조와 인천지하철노조, 전국철도노조가 만든 ‘안전한 전철 연장운행을 위한 공동대책위’(공대위) 명칭에서 알 수 있듯 노조도 연장운행 반대를 전면에 내걸지 않았다.

공대위는 “전철이 새벽 5시30분부터 밤 12시까지 운행될 때 열차·선로·시설 점검은 밤 12시30분부터 새벽 4시30분까지 한다. 연장운행을 하면 점검시간이 4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어든다. 대개 막차 기관사가 다시 첫차를 운행하는데 이 경우 3시간도 못 자고 다시 첫차를 운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대위는 “서울시는 노조의 문제제기를 집단 이기주의라고 비판하지만 우리만 편하자고 연장운행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무조건 연장운행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전철은 적게는 500명에서 많게는 2천명이 타는 대형 교통수단이라 안전이 생명이다. 그래서 새 전철역을 개통하려면 최소 3개월 동안 시범운행과 동일업무의 반복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한다. 서울시가 연장운행에 따른 필요인력·필요장비 확보와 심야 시간대 질서유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연장운행을 하겠다는 결정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지하철 노동자는 “만약 무리해서 운행하다 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지느냐. 생색은 서울시장이 내고 책임은 고스란히 노동자가 져야 한다”고 불안한 심정을 털어놨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설, 추석, 월드컵대회 등 주요 행사 때 새벽 2시까지 연장운행을 한 적이 있으며, 검토결과 안전운행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노조원들이 불참하더라도 비조합원과 간부직원으로 연장근무를 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 노조원들이 1시간 연장운행에 참여하지 않고 방해하는 행위가 안전운행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서울시 주장은 10년 전 지하철 운행을 단축할 때 편 주장과 대조적이다. 서울지하철공사는 92년 9월부터 오전 5시10분에서 다음날 새벽 0시35분까지 하루 19시간 25분 운행하던 것을 현재처럼 첫차는 오전 5시30분으로 늦추고 막차는 밤 12시로 앞당기는 등 55분 단축했다. 지하철공사는 92년 당시 교통불편을 이유로 많은 시민들이 반대했지만 “운행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새벽과 심야 운행시간을 단축하고, 시설점검과 정비시간으로 전환할 것”이라며 지하철 운행시간을 단축했다. 연장운행과 관련해서 서울시 단독결정으로 수도권 지하철 연장운행을 할 수가 없게 돼 있다.


시울시 단독결정 “생색내기용 아닌가”


시민들 처지에서는 서울이나 인천이나 수원 지역에 있는 것은 모두 같은 지하철이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지하철 운행은 서울지하철공사·서울도시철도공사·철도청·인천지하철공사 등 4개 주체가 따로 운영한다. 서울지하철공사가 지하철 1~4호선을 맡고 있고,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지하철 5~8호선을 맡고 있다. 철도청은 1호선의 서울역~인천·수원(경인·경원선), 청량리~의정부(경원선), 3호선 수서~오리(분당선), 구파발~대화(일산선), 4호선 사당~안산(과천·안산선) 구간을 맡고 있다. 인천지역은 인천지하철공사가 맡고 있다.

가끔 술에 취한 사람이 전철역에서 역무원과 시비를 벌이다 기물을 부수더라도 철도청 구간에서는 공무원과 다투었기 때문에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되고, 서울지하철공사 구간에서는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곳에서 지하철 운영을 모두 맡을 경우 노조가 파업이라도 하면 대처할 수 없어서 지하철 운영주체를 나누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1시간 연장운행 방침을 세우고도 인천·수원으로 연결되는 철도청과 인천시 등 관련기관과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서울시 산하공사인 서울지하철공사와 서울도시철도공사만 연장운행에 참여해 연장운행 본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노조 등이 안전문제 등을 들어 반대하고 다른 노선이 연장운행에 참여하지 못하는데 왜 12월9일부터 연장운행을 강행해야 했을까. “글쎄요. 저희 같은 사람이 정치하는 사람들 마음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서울지하철공사 관계자는 그런 문제는 자기가 대답할 질문이 아니라고 입을 다물었다. 그의 말대로 수도권 지하철 연장운행은 정치인의 결정이었다. 서울시장에 당선된 이명박 서울시장은 7월11일 지하철 1시간 연장운행을 발표했다.

하지만 노조 등에서는 “연장운행에 필요한 준비나 노사합의 없이 12월9일이란 날짜를 정하고 언론에 이를 발표해 강행했다. 한나라당 소속인 이명박 시장이 대통령 선거를 앞둔 선심행정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시는 대중교통 행정의 정책기관으로 연말연시의 교통수요, 폭설 때 교통대란 등에 대처하기 위해 본격적인 추위가 오기 전에 연장운행을 하는 게 최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부인했다.


안전한 지하철을 타고 싶다


노조 등에서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연장운행 추진과 관련된 일처리 자세를 비판하기도 한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지하철 연장운행과 관련해 근로조건의 변화에 대해서는 노조와 사전합의해 추진해야 하는데 서울시는 일방적으로 추진했다. 지하철 노동자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하는 노예가 아니다. 최고경영자 출신 시장임을 자랑하는 이명박 시장은 서울시를 현대건설로 착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

노조가 참여하지 않았지만 서울지하철은 12월9일부터 1시간 연장운행을 하고 있다. 시민 처지에서는 노사합의를 통한 안전한 지하철 연장운행이 되길 바란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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