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밟힌 자존심 되찾자’ 범국민적 反美양상
경향신문
여중생 사망사건 무죄평결 규탄 및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촉구 시위가 미국의 외면과 한국 정부의 소극적인 대처속에 범국민적 차원의 조직적 반미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6일엔 일반 시민단체뿐 아니라 문화·연예·종교계 인사들까지 대거 시위나 시국선언 등에 가세, 반미집회의 규모도 커졌다.
◇백악관 시위=여중생사망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 방미투쟁단은 5일 오전(현지시간) 미 워싱턴에 폭설이 내리는 가운데 백악관 앞에서 여중생 사망사건 등 미군범죄를 고발하는 사진전을 열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단장인 한상렬 목사는 “짓밟히고 유린당한 민족의 자존심과 주권을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미국은 부시 대통령이 반드시 직접 공개사과를 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한편 SOFA를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범대위는 이에 앞서 이날 오전 미 국방부를 방문해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 참석하는 한국대표단에 ▲미군 피의자에 대한 무죄평결 무효화를 선언할 것 ▲미군 피의자를 한국법정에서 처벌할 수 있도록 형사재판권 이양을 촉구할 것 ▲SOFA 전면개정문제를 제기할 것 등을 요구했다. 범대위는 미 국방부에도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서신을 전달하려 했으나 접수를 거부당했다.
◇문화·연예·종교계 동참=영화배우 최민식, 가수 이현우씨 등 100여명의 연예인들은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주한미대사관 앞에서 ‘여중생 사망사건 무죄판결에 대한 방송문화예술인 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SOFA 전면 개정과 부시 미대통령의 공식사과를 요구했다. 이날 회견장에서 영화감독 류승완씨와 박찬욱씨는 미국에 항의하는 의미로 삭발식을 가졌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 20여명은 이날 서울 광화문 열린마당에서 ‘살인미군 회개 촉구를 위한 생명 평화 단식기도회’를 5일째 이어갔다. 사제단은 또 전국 교구별로 미국의 회개를 촉구하는 기도회를 열었다. 진관 스님 등 ‘미군범죄 근절과 SOFA 개정을 위한 불교대책위원회’ 회원 40여명도 이 날 광화문 열린마당에서 미군 참회와 SOFA 개정을 위한 범불교도 108배 정진 행사를 가졌다. 또 범대위 및 시민단체 회원들은 오후 6시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촛불시위를 가진 뒤 미대사관 앞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지방에서는 전주시·동해시·파주시의회가 부시 미대통령의 직접 사과, SOFA 개정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각각 채택했다.
◇전교조 SOFA 훈화수업=일부 전교조 교사들은 이날 수업시간중 ‘SOFA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훈화수업을 실시했다. 서울 동성고 김행수 교사(30·영어담당)는 “미군 피의자에 대한 무죄평결이 내려진 재판 이전까지의 상황을 학생들에게 설명한 뒤 전교조 서울지부에서 교육용으로 제작한 여중생 사망사건 관련 비디오를 상영하면서 SOFA의 불평등성과 개정 당위성 등에 대해 학생들에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건국대 총학생회 학생 100여명과 한국외국어대생 50여명은 지하철역과 학교 정문 앞에서 시민들에게 여중생 추모촛불을 나눠주거나 추모행사를 가졌다. 전북대 총학생회도 교내에 여중생을 추모하는 분향소를 설치하고 곳곳에 SOFA 개정을 촉구하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박영환기자·전국종합·워싱턴/이승철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최종 편집: 2002년 12월 06일 18:16:46
박영환
02-12-07 10: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