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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천환규 위원장 칼럼 - '철도노동자들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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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08월 30일 12시 33분 40초
【등대지기-천환규 철도노조위원장】철도노동자들의 비애




정리해고 앞에둔 철도노동자 현실무시한 인원감축에 혈안

 그리스 신화에 '프로크루스테스 침대'라는 이야기가 있다.

 프로크루스테스는 나그네를 강제로 자기 침대에 묶어, 나그네의 몸길이가 침대보다 짧으면 몸길이를 늘려서 죽였고, 몸길이가 침대보다 길어 침대 밖으로 일부가 나오면 나온 부분을 잘라 죽였다.

 이런 프로크루스테스의 악행도 결국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에 의해 끝을 맺게 된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자신도 그 동안 저질러 왔던 방법과 같은 식으로 자신의 침대에 묶인 채 죽었다고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철도청(전기본부)은 `고속철도 신설 및 복선전철건설, 기존선 전철화 사업 등의 가속화에 따라 전기 설비의 운용 및 보수인력의 증원이 불가피하지만 인력 확보가 불투명해, 외주화를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현장 인력의 충원을 외주화로 해결하려는 발상은 정부의 일방적인 '공무원총정원제'에 기인한다.

 '공무원총정원제'에 따르면, 지난 96년 정부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책정한 정원(2만9623명)을 초과하는 철도직원 1010명을(정원 3만633명, 현원 3만498명) 올 연말까지 감축해야 할 실정이다.

 아무리 업무량이 늘어나도, 인원 부족으로 산재사고와 과로사로 몸살을 앓아도(2001년 34명 순직 사망) 인원 충원은 아예 꿈도 못꾼다는 얘기다.

 결국 철도청은, 여기 편승해 고용직·계약직 등 비정규직 채용과 외주화 등의 편법을 쓰려 한다. 이러한 적용은 철도에서 치명적이다.

 철도는 일반공무원과는 또 다르게 인력의 호환성이 거의 없고(기관사가 갑자기 차량을 정비하겠는가?), 낙후한 철도시설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인원감축은 모험이나 다름없다.

 시설투자와 철도시스템 변화, 인력운용의 합리화 과정이 병행돼야 함에도, 인원을 먼저 감축하고 시설투자와 시스템 변화는 뒤처져, 철도노동자들은 노동강도의 강화와 산재사고에 정면으로 노출되고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철도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공무원총정원제'는 현 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는 명분으로 99년 제2차 정부조직개편시 도입한 공무원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그러나 그 결과, 국정감사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힘없는 기능직과 하위직 공무원 숫자만 줄었을 뿐, 힘있는 부처는 오히려 조직이 확대됐다.

 공무원 인원감축의 최대 희생양은 체신과 철도분야의 기능직 공무원들이었다.  99년 발표 당시 체신과 철도의 감축인원은 전체 공무원 총감축인원 1만6817명의 70%에 해당하는 수치였으며, 철도의 감축대상 7739명 중 6급이하 및 기능직은 7625명으로 98.5%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공무원총정원제'로 철도의 자율경영을 부정하고, 공무원 숫자를 줄이는데만 혈안이 돼 있다.

 총정원제는, 정부의 방침을 실현하기 위해 합리적인 인력산정 기준도 없이 일방적으로 정원을 줄이고, 거꾸로 일을 정원에 맞추어 나가는 형국으로 '프로쿠루테스의 침대'에 다름 아니다.

 침대의 크기에 자신의 몸짓을 맞추기 위해 발버둥쳐야 하는 것이 철도노동자들의 비애인 것이다.

 오늘도 국민의 공복을 자임하며 24시간 맞교대 근무와 휴일없는 교번 근무로 지쳐가는 철도노동자들은 대한민국의 '테세우스'의 출현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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