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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상관이 총기살해 간부논의뒤 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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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08월 21일 12시 56분 37초
84년 자살발표 강제징집자 허원근씨 상관이 총기살해·은폐

강제 징집 당한 대학생 출신 사병이 술취한 중대 간부의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을 군 부대가 조직적으로 자살로 조작한 사실이 18년 만에 밝혀졌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1984년 4월2일 강원도 화천군 육군 7사단 병영 안에서 총기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던 허원근 일병(당시 22살·사진)이 중대 선임하사가 쏜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20일 밝혔다.

규명위가 이 사건에 관련된 군관계자 등 200여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허 일병은 사건당일 새벽 2~4시 중대간부 진급 축하 회식 술자리 심부름을 하던중 술안주 문제로 시비가 벌어져 만취한 선임하사가 쏜 총에 오른쪽 가슴을 맞고 숨졌다.

사고 사실은 즉시 대대와 연대에 보고됐으며, 대대 간부들은 중대장 등과 대책을 논의한 뒤, 사고현장을 깨끗이 치우고 오전 10~11시께 허 일병의 시신을 유류창고 옆으로 옮겨 다시 시신에 두 발의 총격을 가해 자살로 위장했다. 이어 중대장은 “오전 10~11시 총성을 듣고 창고로 가보니 허 일병이 숨져 있었다”고 신고하는 등 군간부들이 조직적으로 사건조작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고 규명위쪽은 설명했다.

당시 7사단 헌병대는 허 일병이 부대 안에서 중대장의 가혹행위에 못이겨 자신의 총기로 왼쪽 가슴, 오른쪽 가슴, 머리 등에 세 발의 총을 쏘아 자살한 것으로 사건을 종결지었다. 이 사건은 그후 유족들의 진정에 따라 2군단 헌병대, 육군범죄수사단, 국방부 사망사고 재조사위원회에서 다시 조사했으나 모두 자살로 결론지었다.

위원회는 “이 사건은 타살이 자살로 위장되는 군의문사의 대표적 사례”라며 “앞으로 이 사건 조작·은폐의 지휘계통을 밝혀나가는 과정에 관련자들의 협조를 호소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이 사건이 이미 공소시효(15년)가 지나, 허 일병을 숨지게 한 당시 선임하사(제대)를 비롯해 관련자를 처벌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허 일병은 부산 수산대 3학년때인 83년 강제징집됐다.

김훈 기자 hoo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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