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소식마당 > 언론보도

 

[경향] KTX 女승무원은 국민 아닌가
철도노조
2111 2281  /  109
2006년 12월 04일 10시 57분 32초
일본 여성학자 우에노 지즈코는 한국 여성학자 조한혜정과 함께 낸 최근 책에서 “내게 조국은 없다. 왜냐하면 나는 여자이니까”라는 ‘여성주의 명제’를 인용했다. 그는 서구의 ‘68 세대’ 영향을 받은 일본 대학생들의 학원(學園) 개혁 운동 이후 대학생활에 적응할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리고는 “(당시) 나는 일본을 버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파업 300일 정부 무원칙 일관-

2003년 8월1일자 신문에는 일본군 ‘위안부’ 중 한국 생존자 여성들이 이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무관심에 분노한 나머지 법원에 국적 포기서를 제출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그러나 ‘선택’하지도 않은 국적을 ‘포기’한 이 여성들의 행위에 대해 한국 법원과 정부가 얼마나 큰 관심을 가졌는지는 모르겠다. <더 이상 한국 국민으로서의 자격을 갖지 않겠다는 그 여성들은 처음부터 한국 국민이기는 했을까?>

줄기세포에 대한 국가적 염원이 헛된 희망이었음이 드러나기 전, 정부는 물론 그 어떤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언론에서도 여성의 몸으로부터 난자가 ‘채취’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위험과 고통을 언급하지 않았다. 국익으로 환원될 수만 있다면 전쟁 아닌 평화시에도 여성의 몸은 도구화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을까?

도구화된 채 난자를 채취당한 여성들도 우에노 지즈코와 ‘위안부’ 생존자 여성들처럼 국가를 버리고 싶지는 않았을까? 국민의 의무로서 교육 근로 납세 국방을 헌법에 명시한 대한민국 정부는 이 4대 의무를 모두 이행할 수 있는 사람이 ‘비장애 남성’뿐임을, 따라서 여성과 장애 남성은 한국 국민의 범주에서 처음부터 배제되어 있었음을 모르고 있었을까? <<군에 간 아들, 남편 혹은 애인을 후방에서 지원하는 것이 ‘넓은 의미’에서의 국방이라면 여성들도 국방의 의무는 수행한다고 말할 수 있다.>> 납세와 근로의 의무는 어떠한가? 이 두 가지 의무는 노동의 대가인 임금으로 세금을 낼 수 있게 되므로 밀접한 인과관계가 있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은 노동할 수 있는가.

KTX 여승무원의 외주 위탁 불법 파견과 관련한 파업이 300일 가까이 이어져 오고 있다. 그들은 2004년 KTX의 화려한 개통 당시 철도공사와 ‘비정규직 직접고용’ 계약을 맺었으며, 철도공사로부터 1년 뒤 정규직으로의 전환 약속도 수 차례 받았다. 그러나 철도공사의 약속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승무원들은 자신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을 것임은 물론, 철도공사의 외주업체(당시 홍익회였으며, 철도공사의 자회사)에 의해 고용되어 철도공사로 ‘파견’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근로·납세 의무조차 빼앗겨-

따라서 이들이 철도공사와 직접 교환했던 계약서는 철도공사가 외주업체(현재는 KTX 계열사인 KTX관광레저가 담당)와의 계약을 파기하기만 하면, 정규직이라 할지라도 그 어떤 법적 효력도 가질 수 없음이 드러났다. “KTX 승무원 외주 위탁이 불법파견이 아니다”라는 노동부의 9월29일 발표는 이후의 모든 위장 도급과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며, 파견법과 남녀고용평등법, 근로기준법을 포함한 노동 관련법을 무력화시키는 것이었다. 또한 철도공사 이철 사장은 11월1일 국정감사에서 KTX 승무원 문제가 비용절감, 경영 효율, 경영합리화의 문제도 아닌 ‘원칙’의 문제라고 증언함으로써 철도공사에는 KTX 여승무원 외주 위탁과 관련한 아무런 원칙이 없음을 드러냈다. 노동부와 철도공사의 이같은 망발은 대한민국이 한국의 여성 노동자에게, 그것도 KTX 여승무원들처럼 대학교육까지 마친 고학력 여성에게 헌법이 명시한 근로와 납세의 의무를 이행할 수 있게 하는 곳인지, 구조적으로 이 두 가지 의무를 질 수 없게 된 여성들에게 국민의 자격을 부여하는 나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요즘 나는 여성운동의 방향이 납세하지 않는 것을 모색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정부는 여성을 국민으로 호명하고 있는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나임윤경 연세대교수·문화학〉

  
쓰기 목록 추천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