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현동] 월급 1원 사장님
몇 년 전 유행한 ‘여러분,부자되세요’라는 광고 카피는 큰 희망을 줬다. 열심히 일하면 노후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았고 부자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아 보였다. 이어 ‘월급쟁이 10억 만들기’ 열풍. 적어도 10억원은 있어야 자식에게 손 벌리지 않고 노후에 그럭저럭 살수 있다는 생각에 너도 나도 10억원 만들기에 나섰다. 누구 누구는 부동산에 투자해 10배를 남겼다느니 하는 말들이 심심찮게 나돌았으니 샐러리맨으로선 안달이 날 만도 했다. 더구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파리 목숨’인 것을 깨달은 뒤였으니 그 심정이야 오죽하랴.
언감생심(焉敢生心)이지. 시골에 땅보러 다니고, 주식시장을 기웃거린 샐러리맨이 한 둘이 아니었으나 부자됐다는 소리를 듣진 못했다. 간 크기가 벼룩의 그것만 한 샐러리맨은 투자가치없는 버려진 땅만 찾다보니 돈을 벌 수 없었고, 배포 크되 무모하기 짝이 없는 샐러리맨은 이미 꾼들이 단물을 빼 먹은 땅에 투자를 했으니 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주변 사람들로부터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해.뱁새가 황새 흉내내려니 가랑이가 찢어질 수 밖에’라는 힐난을 듣고서야 정신차렸다.
소심하면서도 때론 무모한 샐러리맨의 가장 큰 행복은 매달 꼬박꼬박 일정액의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남은 돈으로 적금 들고, 연금 가입하고, 그리고 어쩌다 한 번씩 가족들과 함께 외식할 수 있다면 더 없이 행복하다. 그들의 희망은 월급이 오르거나 특별상여금을 받는 것. 여기에 정년까지 보장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얼마 전 이 철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월급을 1원 받겠다고 선언했다. 이 소리를 들으면서 존경심에 고개가 숙여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많은 샐러리맨 가슴에 못을 박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왤까.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이라는 공개석상에서 밝힌 것도 그렇거니와 말미에 철도공사의 빚을 정부가 갚아줘야 한다는 주장을 했기에 ‘월급 1원’의 순수함이 액면 그대로 다가오지 않는다. 이 사장은 “내가 휴가를 가지 못하자 간부들도 휴가를 자진반납했다”고 했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카피는 헛말이었던가.
주택은행장과 국민은행장을 지낸 김정태씨도 월급 1원을 받겠다고 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이 있다. 옵션으로 받은 주식을 처분해 월급쟁이로선 꿈조차 꿀 수 없는 거액을 챙긴 김 전 행장과 이 사장이 오버랩된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최근 “샐러리맨이 되려 한다면 우리당에는 희망이 없다”고 했다. 이래저래 샐러리맨은 무기력할 뿐이다.
많든 적든 매월 꼬박꼬박 나오는 봉급에 너무나 행복해하는 샐러리맨들. 정부가 지난해 이들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은 10조3822억원으로 2001년의 7조6788억원에 비해 35% 늘어났다. 같은 기간 자영업자에게 거둔 세금은 3조9251억원에서 4조6070억원으로 17% 증가했다. 정부는 입만 열면 ‘세율은 낮추고, 세원은 넓혀 조세정의를 실현하겠다’고 앵무새처럼 되뇌지만 말뿐인 셈이다. 샐러리맨들이며, 부자될 생각은 아예 접어라. 눈치 빠른 세리(稅吏)가 그만 놔둘 리 만무하고, 사장 월급도 1원밖에 안되니. 월급 1원 받고 살아갈 수 있는 이철 사장이 부럽다.
2006-07-17
박현동 논설위원 hd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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