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철’이 노조파업 때문(?)
고질적 ‘시민볼모론’ 재연… “대구지하철 참사 잊었나”
[미디어오늘 김종화 기자]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온 노동관련 언론보도의 ‘시민볼모론’이 최근 중단된 철도노조파업에서도 재연됐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달 28일자 헤럴드경제 기자수첩과 지난 6일자 국민일보 1면 머리기사다.
헤럴드경제는 기자수첩 <사고철 오명부터 벗어라>에서 “툭하면 ‘발병’(고장)이 나서 출퇴근길 ‘짜증철’로 내몰고도 모자라서 파업이라니, 해도 너무하지 않나. 3월 1일부터 사상 초유의 동반파업을 선언한 철도노조와 서울지하철노조(1∼4호선)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고 운을 뗐다. 헤럴드경제는 “대구지하철 참사의 악몽이 아직 지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언제 대형사고가 터질지 조마조마한 이용객들은 불안한 마음을 비울 수 없다”며 “노조의 총파업 핵심은 임금인상, 인력충원인데 승객 입장에선 정말 어이없는 밥그릇 싸움”이라는 익명 의견을 그대로 인용했다.
그러나 서울메트로(1∼4호선)는 IMF 외환위기 이후 1621명이 구조조정 돼 지난달 1일 현재 정원에 비해 395명이 부족한 상태다. 지난해 서울메트로 노사 공동으로 정밀 검진한 결과 62%의 지하철 노동자가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했고, 이 가운데 의학적 조치가 당장 필요한 노동자는 159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헤럴드경제가 문제삼은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는 지나친 구조조정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참사 원인 중 하나는 바로 기관사 1명이 운행의 모든 책임을 지는 ‘1인 승무제’ 때문이었다. 헤럴드경제 지적대로 ‘사고철’ 오명부터 벗으려면 서울지하철은 인력을 충원하고 대구·부산·인천지하철, 수도권 국철 분당선과 도시철도공사 5∼8호선은 원래대로 ‘2인 승무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게 상식적인 주장이다.
한편 나흘 간의 파업이 끝난 뒤 국민일보는 지난 6일자 1면 머리기사 <여론이 파업 눌렀다>에서 “여론이 파업을 눌렀다. 철도공사 노조가 지난 1일 파업에 들어가면서 내걸었던 대의명분은 공공성 강화였다”며 “그러나 노조는 파업을 함으로써 국가기간산업인 철도를 마비시키고 시민들의 발을 묶어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공공성을 훼손하는 꼴이 됐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노조의 외침은 먹혀들지 않았다” “정치파업의 성격도 짙었다” “파업을 벌였다가 나흘만에 철회한 ‘전과’가 있다” 등의 표현으로 철도노조파업을 평가했고, 아울러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자멸했다”는 용어로 대형노조 파업을 비난했다. 같은 날 5면 머리기사 <”파업 나흘간 130억대 피해”> <대량 징계사태 예고> 등에서도 철도공사 손배청구 주장을 키우기 바빴다. 노조 쪽 의견도 일부 곁들였지만 이는 향후 투쟁계획에 대한 것일 뿐이었다.
결국 파업에 따른 손실액 외에 철도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과 민간위탁이 해당 노동자와 일반 시민들의 안전을 어떻게 위협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민언련이 앞서 2일 논평을 통해 “심층 보도를 할 수 없다면 최소한 ‘파업=시민볼모’라는 도식과 선동에서만은 벗어나라”고 촉구한 것은 공염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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