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노사평화선언은 월드컵을 앞두고 노동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행사다. 사업장별로 월드컵 기간 동안만은 분규를 자제하겠다는 선언을 하게 하는 것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401개 사업장이 이미 평화선언을 했다. 평화선언 추진을 위해 범정부적인 공조체제까지 구축한다고 한다.
좋은 일이다. 노사 관계가 정말 개선돼 평화롭게 월드컵을 치르는 것은 노사 모두의 바램일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나선 `평화선언'에 대한 노동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민주노총은 “현재 노사·노정 관계를 격돌로 몰아가는 가장 큰 주범은 정부의 가혹한 노동탄압인데도 정부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전시행정만 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지난달 30일에는 철도청이 일방적으로 `철도노사 산업평화선언'을 한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가 노조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2월 총파업 때의 징계문제를 해결하는 합의문에 서명하는 행사인데 합의문의 일부 문구를 이용해 이를 산업평화 선언식으로 선전했다는 것이다.
재계도 별로 반기지 않는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노조가 이런 걸 따르겠느냐. 정부의 생색내기일뿐”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말 사이가 좋다면 정말 서로를 존중하는 노사관계라면 정부까지 나서서 `선언'을 하도록 할 필요가 있을까. 발전파업에 참여했던 노조원들이 매달 월급의 절반 이상을 가압류 당하고 있고, 공무원노조를 결성했다는 이유로 징계, 수배당하는 공무원들이 있다. 감옥에는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해 50명의 노동자가 갇혀 있고 같은 일자리에서 10년 넘게 근무하고도 `계약 해지, 재계약 안함'이라는 회사의 통보 한마디로 아무런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한숨도 끊이지 않는다.
이런 동원식 행사는 월드컵을 앞두고 서둘러 멀쩡한 보도블럭을 바꾸고, 노점상들을 몰아내느라 부산을 떠는 것과 똑같은 전시행정의 표본이다. 노사갈등을 이런 전시성 행사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노동부의 안일에 놀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