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역 수천명 보행통로 13년간 백화점에 무상대여
'대중불편 금지' 계약 무시
지난 2월 사용협약 맺기로
서울의 대표적인 민자역사 가운데 하나인 영등포역이 공용통로를 롯데백화점에 13년 동안 무상으로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보행 공간이 크게 축소돼 하루 2만명이 넘는 열차 이용객들이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다.
<한겨레> 취재진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영등포역은 지난 1991년 민자역사로 재건축된 뒤 공공용지로 규정된 3층 공용통로(너비 12m·길이 90m)를 롯데백화점이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내줬다. 롯데백화점은 91년 문을 연 뒤 이 공용통로의 일정 부분을 가판대로 사용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 공용통로는 영등포역에 서는 하루 298편의 열차 승객 2만1000명과 동·서 방향의 일반 보행자 수천명이 지나는 곳이다. 철도청 내부에서도 롯데백화점의 공용통로 무단점유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결국 지난 2월 영등포역은 롯데백화점과 ‘공용통로 사용에 대한 협약서’를 맺었다.
이 협약서에 따르면, △사용기간은 한달 12일로 하고 세일이나 특별한 경우에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사용면적은 180㎡(너비 6m·길이 30m, 60평), 사용 수수료는 하루 30만8천원으로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이 협약은 “자유통로(공용통로)에서 일반 대중의 이용을 제한하거나 광고물·간판 등을 설치할 수 없다”는 91년 영등포역과 롯데백화점 사이의 ‘국유철도재산 점용허가서’의 내용과 어긋난 것이다. 또 하루 30만8천원의 사용료는 “부득이해 협의로 설치한 시설에서 수입이 있을 때는 양분한다”는 협약서의 예외 조항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또 2004년 이전 사용료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최순조 영등포역장은 “협약을 맺을 때 롯데백화점이 이 가판대에서의 수익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2004년 이전 사용 부분은 그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워, 지난 2월 이후에 대해서만 적정한 금액을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이 가판대는 2002년말 장애인단체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랑의 바자회’를 열 때 사용한 것이고, 그 이전에는 없었다”며 “여기서 번 수익으로 매달 지체장애인협회 영등포지부에 성금 200만원과 선물을 보내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낙현 철도노조 정책위원회 팀장은 “공용통로의 상업적 이용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지난 91년 이후 공용통로를 사용해온 롯데백화점으로부터 사용료를 모두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팀장은 또 “앞으로 보행자를 위한 공용통로에서는 상업행위를 금지시키고, 민자역사의 다른 공간에 대해서도 공공성을 높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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