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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 철도민영화 부르짖더니 철도개편 유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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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10일 14시 52분 17초
철도민영화 부르짖더니 철도개편 유감이라고?



조선일보는 지난 6일 충남 연기군에서 철도로 수원까지 출퇴근하는 한 회사원의 절절한 사연이 소개됐다. 독자의 편지 형식으로 기고된 이 글은 이날 29면에 ‘아침출근용 무궁화호 폐지, 서민 발 묶는 개악 재검토를’이란 큰 제목에다 ‘철도개편 유감’이란 꼭지 제목이 달렸다. 이 사람의 사연은 이렇다.

4년 전부터 연기군 조치원 집에서 수원 직장까지 아침출근용(도시통근열차) 무궁화호로 출퇴근하고 있다. 새벽 6시54분 조치원에서 출발해 오전 7시57분 수원에 도착하면 통근 거리는 1시간으로 해결되고, 비용도 정기권으로 할인해서 4,800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철도청이 내년 1월부터 민영화의 1단계 조치인 공기업으로 탈바꿈하면서 가격이 비싼 고속철도(KTX)를 늘이면서 대전에서 서울로 운행하던 저속의 이 무궁화 열차편을 폐지한다는 것이다. 철도청은 병점에서 천안간 전철이 개통돼 무궁화 통근열차편이 불필요하게 됐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비싼 고속철도를 늘여 더 많은 돈벌이 수단으로 삼겠다는 의도다.

실제 철도청은 조만간 경부선 고속철도를 매주 8편 증편하는 안내문을 벌써부터 각 역사에 붙였다. 새로 개통되는 전철을 타면 이 사람은 출근시간이 길어져 오전 9시 출근 자체가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 수원에서 영등포까지 무궁화 열차로는 20분 걸리지만, 전철로는 1시간이 걸린다. 무궁화 통근열차가 없어지면 앞으로 이 사람은 조치원에서 천안까지 승용차로 40분을 달린 뒤, 전철로 갈아타고서 수원까지 2시간 정도 더 가야 출근할 수 있다. 출근시간은 모두 2시간40분, 여기에다 갈아타는 시간까지 더하면 3시간이다. 한번에 1시간만 가던 거리를 두 번 갈아타고 3시간이나 가야 한다.

그동안 대전에서 서울역까지 오는 도시통근용 무궁화호는 대전, 신탄진, 조치원, 천안, 평택, 병점, 수원 등지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에게 값싸고 안전하고 교통체증 걱정 없는 쾌적한 출근길을 제공해왔다. 열차 안에서 책을 보거나 밀린 업무를 처리하고, 모자란 수면을 토막잠으로 보충해왔다.

그런데 철도청이 공사 전환과 함께 처음으로 내놓은 정책이란 게 통근열차 폐지다. 이 회사원은 글 말미에 “무궁화 열차편은 존속시켜야 한다. 부디 서민들의 발을 편하게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 사람의 안타까운 사연을 통근열차를 타기 위해 철도 역으로 바쁘게 달려오는 회사원 앞에서 철도청이 선로에서 출발을 기다리며 서 있던 통근열차를 두 손으로 들어 올려 버리는 적나라한 삽화까지 곁들여 소개했다.

정부는 철도가 현재 8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으며 민영화를 미루면 10년쯤 뒤엔 20조원 이상의 적자투성이로 변할 것이라고 선전해왔다. 조선일보 역시 이 같은 정부의 방침을 쌍수를 들고 환영해온 것이 사실이다. 환영만 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민영화를 더디게 추진한다고 계속 비판해왔다.

조선일보는 지난 4년 동안 이 회사원의 바람과는 달리 철도 민영화를 줄곧 주창하면서 줄잡아 100여건의 기사를 실었다. 철도 적자의 대부분이 운영적자가 아니라 정부가 마땅히 부담해야 할 건설비용이 고스란히 남은 것이다. 그런데도 민영화만이 살 길이라고 정부와 조선일보는 주장해왔다. 민영화만 하면 없는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법석을 떨었다.

조선일보는 2001년 11월29일 “공기업 민영화가 지지부진해 공기업 구조개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보도한 뒤, 기획예산처의 입을 빌려 12월13일에는 “철도 민영화가 안 되면 20년 후엔 빚이 28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또 민영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투쟁해온 철도노조의 주장에 흔들리는 정치권을 겨냥해서는 “정부와 국회의 눈치보기가 민영화 지연을 초래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철도노조가 민영화 저지 파업을 벌였던 지난 2002년 2월엔 보수학자를 동원해 ‘민영화 더 미룰 수 없다’는 시론을 칼럼면에다 싣기도 했다.

적자 타령을 늘어놓은 정부는 “민영화를 통해 경영 효율화와 경쟁력을 강화하면 2019년엔 부채가 정리된다”(조선일보 2002년 2월28일 3면)고 한다. 말이 좋아 경영 효율화이지, 내용은 직원들 목 자르고, 적자노선 폐지하고, 비싼 고속철도 증편하는 것으로 진행될 게 뻔하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공기업의 흑자는 앞서 말한 회사원 같은 국민들의 출퇴근비용과 시간을 짜내서 얻을 수밖에 없다.

흑자 논리는 요금인상 외엔 대안이 없다. 무궁화호 열차 타는 서민들에게 돈을 강탈해서 흑자내면 뭐하나. 나는 공기업이 왜 흑자를 내야 하는지 그 근본부터 회의한다. 공기업은 적자를 내야 한다. 적자를 내야 비행기 타는 부자들로부터 누진적 조세를 더 많이 거둬 적자를 보존할 수 있다. 그래야 철도나 지하철 같은 공기업을 이용하는 서민들의 부담증가를 막을 수 있다.

이정호 전국언론노동조합정책국장

2004-12-10 오전 8:46:29 입력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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