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광장 ‘행방불명’
[한겨레] 지난 4월 고속철도가 개통되고 새 역사가 들어서면서 4천여평에 이르던 서울역 광장이 크게 줄어들었다.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현장이었으며 90년대 대규모 집회의 단골 장소였던 서울역 광장이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8일 〈한겨레〉 취재진이 확인해보니 서울역 남쪽 광장 2500여평 대부분은 버스·택시·승용차 차로, 새 역사·쇼핑센터 계단 등으로 바뀌었고, 북쪽 광장 1500여평은 옛 서울역 건물이 문을 닫으면서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곳으로 변해버렸다.
새 역사 들어서며 소리소문없이 사라져
2천평은 차로 나머지 2천평은 계단 변신
“대형집회 봉쇄‥공공장소 상업화 비판”
새 역사가 들어서기 전까지 서울역 앞에는 남북 250m, 동서 60m, 넓이 4천여평 가량의 광장이 있었으며, 이 가운데 도로쪽 1천평 남짓은 자동차 주차장으로 사용돼왔다. 그러나 나머지 2~3천여평은 서울의 대표적 광장으로 사람들이 만나고 기차를 기다리는 장소로 쓰였으며, 대규모 집회도 자주 열렸다.
서울역 광장이 사실상 사라진 것은 크게 두 가지 원인으로 보인다. 먼저 새 서울역사가 들어선 광장 남쪽에 버스 차로 2개, 택시 차로 1개, 승용차 차로 1개 등 모두 4개의 차로가 들어서 광장의 상당 부분을 잠식했다.
이에 따라 집회의 명소였던 서울역 광장의 올해 대규모 집회 신고건수는 3건으로 크게 줄었다. 남대문경찰서는 “새 역사가 들어서기 전까지 거의 매주 열리던 대형 집회가 올 들어 거의 사라졌다”며 “현재는 소규모 캠페인이나 서명운동 정도만 열리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서울역 광장 앞 250m 길이의 차로는 너비가 80m, 왕복 18차로에 이르러 왕복 10차로 내외인 주변 차로보다 지나치게 넓다. 따라서 굳이 광장까지 잠식해 버스·택시·승용차 차로를 새로 만들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서울시는 역시 왕복 18차로인 세종로를 10~12차로 정도로 줄이고 나머지 공간을 보행로와 버스 환승터미널로 만드는 사업을 추진중이다.
변봉섭 서울시 교통2팀장은 “서울역 앞 도로는 간선도로인 의주로와 남대문로, 퇴계로와 교차로를 형성하는 곳인 데다, 내년께 한강대로 중앙버스전용차로 설치도 계획돼 있어 현재 도로 너비를 섣불리 줄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국철도노동조합 정책위원회 김낙현 팀장은 “서울역 광장은 전국에서 오고가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인데, 민자역사 건설로 소문도 없이 사라졌다”며 “민자역사 건설로 용산역, 수원역 등 여러 철도역 광장도 함께 사라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천기원 문화연대 간사도 “안 그래도 부족한 것이 서울역 광장과 같은 공공 공간인데, 있던 공간마저 상업적 이유로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역 광장은 60~70년대 산업화 때 농촌에서 무작정 상경한 사람들이 첫발을 내딛던 곳이었다. 또 서울역 광장은 80년 5월 10만여명의 대학생들이 모여 전두환 등 신군부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가 자진해산한 ‘서울역 회군’ 사건의 현장이다. 80~90년대에도 노동자, 학생, 시민단체 등의 대규모 집회·시위가 꾸준히 열려왔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