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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국회 특권 버린다더니 아직은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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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8월 23일 11시 41분 27초
국회 특권 버린다더니 아직은 제자리

[내일신문 2004-08-23 11:09]

면책특권 제한 등 총선 공약도 ‘공약(空約)’에 그쳐


“바뀐 것이 하나도 없다.”

16대에 이어 17대에도 국회에서 일하고 있는 보좌관들이 한 말이다. ‘의원들의 특권과 특혜를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지만, 아직 바뀐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4·15 총선 전 각 당은 앞 다퉈 ‘국회의원의 특권제한과 탈권위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한바 있지만 실제 ‘무엇인가를 바꿀 채비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개원 석달만에 ‘뭔가 바뀌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국회개혁특위’는 개점 휴업상태다. 국회에 들어오기 전 ‘특권을 버리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정작 국회의원이 된 후에는 ‘바꿀 것이 별로 없다’며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인사들을 만나기 어렵지 않다.

다만 일부 의원들이 특권을 제한하는 법안을 제출해 놓고 있을 뿐이다. 지금까지 나타난 모습을 평가해 볼 때 ‘과연 특권을 바꿀 의지가 있나’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면책특권 등 제도개혁 손도 못 대 = 국회의원 특권 가운데 상징적인 것이 바로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이다. 법적으로 보장된 이 특권에 대해 여야는 총선전 앞다퉈 ‘제한하겠다’고 선언했다. 4월 6일 한국정책학회(회장 최병선 서울대 교수)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한 정책공약 토론회에서다.

이날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의 제한을 모두 동의했다. 일부 정당은 특권을 제한하는 수단으로 국회의원을 포함한 국민소환제와 불법자금국고환수제의 도입도 약속했다.

당시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원과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은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를 전자투표 방식으로 해 누가 투표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히기도 밝혔다.

민주노동당도 ‘국회의원특권폐지특별위원회’를 당 기구로 공식 설치, 200여 개에 이른다는 국회의원특권 리스트를 작성하고 이것을 지난 6월 국회 개원 전에 공개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각 당의 총선 전 약속들은 아직 ‘공약(空約)’에 머물고 있다.

6월 29일 상정된 ‘박창달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는 전자투표가 아닌 무기명 투표로 진행됐다. 제도개선을 다룰 국회개혁특위는 언제 열릴지 아직 전망하기 힘든 상태다.

국회개혁특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개점 휴업이라기 보다는 7∼8월은 소위 정치방학이라 현실상 어려움이 많았다”며 “23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여야가 합의로 일자리창출특위 등 6개 개혁특위를 모두 구성하고, 개혁특위도 정상화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 의원은 “국회의원의 특권이나 특혜 문제는 국회개혁특위에서 차분히 정리해 나갈 것”이라며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외국인도 놀라는 특혜 관행 =17대 개원 전 국회의원들은 제도적 개혁뿐만 아니라 ‘관행적 특혜’도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공항 귀빈실 이용’ ‘철도(국유교통수단)의 무료 이용’ 등 국회의원들에게만 주어지는 특혜도 개선하겠다고 밝힌 것. 개원 초기에는 ‘공무 외에 개인 업무 시 귀빈실과 무료 철도 이용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는 듯 했다.

또 국회의원 전용 엘리베이터와 전용 출입문도 없애자거나 심지어 국회담장을 허물고 정치토론 시민광장을 설치하는 등의 아이디어가 논의되기도 했다.

공무와 무관한 국고를 낭비하는 외유에 대해서도 자제하자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아직 바뀐 게 없다. 의원들은 여전히 공항 귀빈실을 이용하고, 고속철도를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 의원전용 엘리베이터 앞에는 여전히 ‘의원용’이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의원 전용 중앙통로는 일반인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한나라당내 소장파 모임인 ‘새정치 수요모임’은 지난 7월 14일 특혜적 관행을 제한하겠다는 ‘새정치실천강령’을 발표한 바 있지만 얼마나 지키고 있는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일본 국회에서 보좌관을 경험한 후 현재 한나라당 이성권 의원의 특별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는 나까후지씨는 “일본의 경우 국회의원들이 자가 운전을 하거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한다”며 “한국의 경우 운전사까지 국가에서 월급을 주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고개를 갸웃했다.

◆드러나지 않은 것이 더 문제 = 하지만 제도적 특권이나 관행적 특혜는 그나마 약과라는 게 국회 관계자들의 얘기다. 드러난 것은 그나마 노출되어 언제든지 검증이 가능하지만 더 큰 문제는 ‘드러나지 않은 특혜’가 더 문제라는 지적이다.

16대 때 보좌관을 했던 최 모씨는 “다가올 9월 정기국회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감 기관으로부터 제공되는 식사와 술·향응, 해외 시찰 편의제공 등을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거부하느냐가 ‘특혜·특권 버리기’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국정감사가 열리면 대부분 피감기관으로부터 점심과 저녁을 제공받고 있다”며 “심지어 저녁식사가 술자리와 향응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또 다른 이 모 보좌관은 “상임위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피감기관으로부터 1년에 1회 이상 해외시찰 등의 편의제공을 받아왔다”며 “피감기관에 인사를 청탁하거나, 감사 자료를 이용한 이권개입 등도 보이지 않는 특혜”라고 지적했다.

올해만 하더라고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일본의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등을 시찰한 산업자원위 소속 일부 의원들이 피기감기관인 한국원자력문화재단으로부터 항공료와 숙박비 등 편의를 제공 받았다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경실련 위평량 사무국장은 “국회사무처에서 의원과 보좌진의 식대를 지급하고, 국회의원들은 국감이 시작되기 전 피감기관으로부터 각종 편의를 제공받지 않겠다는 대국민 약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외 시찰도 제도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제기했다. 현재 국회의원들의 해외 활동은 ‘대외비’로 분류되어 국민들이 알 권리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또 최 전 보좌관은 “지역출신 의원들은 자치단체장의 공천권을 인사청탁·이권개입·민원해결의 무기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기초자치단체장의 공천권도 또 다른 특권”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의원의 특혜 논란과 관련, 원로 언론인인 성한표씨는 “의원이 직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권한은 유지하거나 더욱 강화시켜야 하나, 직무와 관련 없는 특혜는 완전히 없애는 것을 특권 폐지의 원칙으로 세워야 한다”며 기준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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