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무엇을 위한 민영화인가
한겨레신문
결국, 늘 그래왔듯이 이번 파업도 그렇게 끝났다. 국민들의 불편 호소가신문지면을 도배질하고, 정부는 수출차질액 등 파업 피해 상황을 보여주는 수치를부지런히 쏟아냈다. 그리고 노·사 협상대표들은 떠밀리듯 밤샘협상을 거듭한 끝에어정쩡한 합의문을 내놓는 것으로 사태를 `일단' 마무리지었다.
이번 파업으로 철도 노동자들은 3조 2교대제를 따내는 등 성과도 적지않았다. 하지만 파업에까지 이르게 했던 공기업 민영화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철도산업의 공공적 발전에 대하여 공동 노력한다'고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이를풀어갈지는 앞으로도 숱한 토론과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 부분이다.
공기업 민영화 논란은 우리사회를 어떤 구조로 만들어가야하는지에 대한 철학의문제이다. 사회를 시장원리가 완벽하게 적용되는 사적 독점체제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서로의 결함을 서로가 보완해주는 공적인 영역을 넓히는 사회를 만들것인지가 공기업 민영화 논란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원리가 우선시되는사회는 효율을 제일로 친다. 따라서 모든 비효율적인 것은 악이고 퇴치해야할대상으로 간주된다. 외환위기 이후 비효율의 대표적인 영역으로 지목되던 공기업도예외는 아니다.
물론 적잖은 공기업이 비전문적인 경영체제 등 여러 요인으로 방만하게운용돼온 게 사실이다. 그 탓에 적자가 산더미같이 쌓여가고 그것을 국민세금으로메워주고 있다. 철도부문만 하더라도 매년 4천~5천억원의 영업적자가 나고, 누적부채가 수조원에 이른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끌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다.비효율을 제거하는 대수술이 당연히 뒤따라야한다. 문제는 지금 진행되는 방식의민영화가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 있느냐에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특정부문이 공기업 형태로 운용돼 온 데는 그 만한 이유가있었다. 민간부문에 맡기기에는 규모가 너무 커 국가가 대신 해줄 필요가있었거나, 그 기업의 성격상 민간에 맡기기에는 부적절한 경우 등이 있었다. 포항제철이나 한국중공업 등이 전자의 예에 속하고 이들 기업은 최근 민간영역이커지면서 비교적 자연스럽게 민영화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파업을벌인 철도나 전력, 가스 등 실생활과 직결돼 있는 부문은 지금까지의 공기업민영화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공공성이 강한 이런 부문들이 효율을 우선시하는민간기업에 넘어갈 경우 공공성 훼손은 불가피하고, 이는 곧 사회적 약자들만의피해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진행돼온 민영화 논의는 공공성 확보보다는 비효율 제거에초점이 맞춰져왔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이른 바 `아이엠에프(IMF) 프로그램'을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김대중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 원칙을 마치 신주단지 모시듯하고 있다.
그러나 한번만 뒤집어서 생각해 보자. 공기업을 민영화한다고 비효율을 완전히제거할 수 있는가. 아니다. 오히려 적자는 계속되면서 공공성만 훼손될 우려가높다. 우리보다 앞서 철도민영화 작업을 추진한 영국과 일본의 경우 이런 우려가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공기업의 성격상 어찌보면 적자는 원천적으로불가피하다는 점을 방증한다. 따라서 공기업의 비효율 제거 논의는 공공성이 강한공기업은 어차피 일정 정도의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는 데서시작해야한다. 공기업을 민간기업에 넘기기만 하면 효율성과 공공성을 동시에충족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인간이 배제된 채 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진행되고 있는 민영화 논의를 일단중단하고, 공공성을 보장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파생되는 비효율을 누가 어떤방식으로 얼마 만큼 부담하는 게 좋은지부터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한다. 물론 그과정에서 우선 공기업 내부에 만연돼 있는 비효율을 철저히 제거하고, 필요하면공공성이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정 부분을 민영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공기업민영화를 바라보는 `철학'부터 바꾸어야할 때다.
정석구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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