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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불법체류 이주노동자 임금은 안줘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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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1월 27일 10시 40분 49초
[오마이뉴스] 불법체류 등 약점을 잡아 이주노동자의 임금을 장기간 체불한 경기도의 한 건설업체가 노동단체와 이주노동자의 연대투쟁으로 결국 '백기'를 들었다.

이는 이주노동자와 국내 노동운동단체가 연대해 구체적인 성과를 끌어낸 첫 사례라는 점에서 노동운동사에서 기록할만하다고 하겠다.

경기중부지역건설노조(이하 건설노조)는 재중동포 및 한족 노동자의 위임을 받아 부천 대풍시장 주상복합 신축공사 시공사인 S건설(주) 측과 지난 23일 체불임금 청산에 합의했다. 중재에 나선 부천지방노동사무소는 합의서에 입회인으로 서명해 체불임금 청산에 일정한 책임을 지게 됐다.

노조와 회사측은 6개월분 임금체불 1억3000여 만원 가운데 △농성에 참여한 27명에게 2000만원은 이날 지급하고 나머지 잔액(5000여 만원)은 2월 10일 일괄지급 △다른 체불노동자의 임금(6000여 만원)은 2월 20일까지 지급 △농성과정에서 발생한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합의했다. 노사합의 후 노조는 열이틀간의 농성을 풀었다.

한편 이번 노동쟁의는 국내 최초로 이주노동자와 국내 노동운동 단체의 연대투쟁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구체적인 성과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는 이주노동자의 임금체불 문제 해결에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도움 요청한 이주노동자 30여명... 적극 화답한 건설노조




재중동포 및 한족 건설노동자 30여명은 시공사인 S건설이 한국인 노동자들에게는 임금을 지불하면서도 자신들에게는 불법체류 등의 약점을 잡아 장기간 임금을 체불하자 지난해 11월 건설노조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건설노조는 지난 12일부터 현장사무소 점거농성에 들어간 뒤 30m 높이의 타워크레인 고공농성 및 청와대 앞 1인시위를 전개하는 등 명절도 반납한 채 강도높은 투쟁을 전개해왔다. 지난 21일 새벽에는 회사가 동원한 용역과 충돌을 빚는 등 불미스러운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고공농성을 전개한 재중동포 장정식(41. 흑룡강성)씨는 합의서가 체결된 23일 "교포끼리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는데 노조의 도움을 받아 승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재중동포 박문조(38·북경)씨는 같은 날 "명절인데 집에도 가지 못한 채 우리를 도와준 노조 사람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면서 "사장은 믿을 수 없지만 정부(노동부)를 일단 믿고 농성을 해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공농성을 함께 전개한 곽노충(44·민주노총 부천시흥지구협의회) 부의장은 이날 "우리도 70년대 중동에 건설노동자로 건너가 일했지만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들처럼 차별과 임금체불 등의 대우는 받지 않았다"며 "재중동포와 한족 노동자에 대한 임금체불은 국가적으로 수치스러운 일이었는데 다행히 힘을 모아 투쟁한 결과 그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합의하긴 했지만... 건설사 임금지불 능력 의구심 대두




한편 이 건설회사는 작년 5월에도 1억5000여 만원의 임금을 체불했다가 경기도 건설노조의 투쟁 끝에 임금을 지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동부는 임금체불 전력조차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임금체불 업체관리 소홀에 대한 비난이 뒤따르고 있다.

또한 이번 합의의 경우도 건설사의 임금지불 능력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어 100% 사태 해결까지는 좀더 두고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기본권은 내·외국인 노동자 모두에게 해당되는 권리"

[인터뷰] 이주노동자와 함께 농성 벌인 김태범 부위원장




김태범(50·경기중부지역건설노조) 부위원장 등 노조 관계자 10여 명은 열 이틀째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 임금체불 청산을 요구하며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농성을 벌인 끝에 임금청산 약속을 받아냈다.

김 부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악덕 사업주에 대한 분노와 노동운동의 명예를 걸고 싸웠다"면서 "이주노동자의 국내 진출을 막을 수 없는 게 현실인 만큼 이들을 차별하기 보다 연대투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오마이뉴스> 기자와 김 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어떤 계기로 이주노동자들과 연대투쟁을 하게 됐는가.

"작년 11월 대풍시장 현장에서 일하는 조선족 및 한족 노동자들이 찾아와 임금체불을 하소연하면서 이 문제를 알게 됐다. 노조가 S건설 측에 몇차례 전화를 걸어 체불임금 해소를 요구했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약속을 어겼다. 더 이상 대화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어 집회허가를 낸 뒤 농성에 돌입했다."




- 농성을 전개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는가.

"농성을 시작한지 3일∼5일째가 상당한 고비였다. 이주노동자들은 노조를 믿고 따라야할지 불안감을 가졌고, 이와 함께 조선족과 한족 노동자 사이에도 갈등이 발생했다. 이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 농성 열흘이 넘어서면서부터는 투쟁의 대오가 하나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 이번 농성은 어떻게 보면 '남의 투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노조 집행부의 이견차이는 없었는가.

"노조 관계자들이 열이틀째 전혀 집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반발은 전혀 없었다. 악덕 사업주에 대한 분노 때문에 물러설 수 없다는 오기가 작동했다. 노동운동의 명예를 걸고 싸워야한다는 데 대해 누구도 의견이 없었다."




- 관계당국에 대한 불만이 큰 것으로 아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이번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노동부 관계자들의 태도를 보면서 가슴이 답답했다. 근로감독관이 체불 노동자들을 대하고 말하는 부분에서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하기 보다 건설회사측을 대변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노동자들이 목숨을 끊는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노동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건설 현장 이주노동자의 임금체불 실상은 어느 정도인가.

"구체적인 수치로는 말할 수는 없지만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이주노동자 가운데 90% 이상이 임금체불을 경험했거나 현재 진행중이다. 특히 이번 S건설은 이주노동자의 불법체류자라는 약점을 이용해 임금을 떼어먹으려고 한 질이 나쁜 건설업체로 판단된다."




- 이 건설사의 임금지불 능력에 대한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노조가 확인한 결과 이 건설회사는 대풍시장을 비롯해 충남 보령과 전남 여수 등 3곳에 건설현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부천 대풍시장은 가압류 된 상태이며 보령과 여수 현장은 경매가 진행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래서 이 회사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합의서 작성 당시 노동부 관계자의 입회와 서명 날인을 받아냈다."




- 이주노동자와 국내 노동자가 일자리와 일당 하락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

"건설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무척 고민이 가는 문제이다. 일자리 창출은 정부당국에 요구해 해결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임금인상은 국내 건설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연대투쟁 해 해결할 문제이지 이주노동자에게 책임을 떠넘겨선 안 된다고 본다.

노동기본권은 내·외국인 노동자 모두에게 해당되는 권리이지 내국인 노동자만의 것은 아니다. 이주노동자의 국내 진출을 막을 수 없는 게 현실인 만큼 이들을 차별하기 보다 함께 단결하면서 문제를 풀어야 된다. 특히 조선족 노동자들은 내국인 노동자들보다 더 따뜻하게 보살펴야 할 동포라고 생각한다." / 조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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