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지 어기라고 있는 게 아니다. 법을 잘 지켜야 사회 정의가 실현되고, 나라가 바로 선다고 배웠다. 그래서 준법정신은 늘 강조된다.
우리 사회에는 준법을 내건 말로 ‘준법투쟁’, ‘준법운행’이란 것이 있다. 그런데 준법투쟁이란, 법을 제대로 지켜 바른 사회를 가꾸자는 본래 뜻의 준법정신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평소에는 지키지 않던 법규를 규정대로 지키면서 사용자에게 손해를 주는 노동쟁의의 한 방법을 말한다. 단체로 휴가를 내어 업무를 마비시킨다거나, 모두 정시에 퇴근하여 일과 후의 서비스 업무를 못 하게 하거나, 안전운전을 핑계로 지나치게 느린 운행을 하는 일들이 그것이다. 올해도 철도노조, 지하철노조, 화물연대가 몇 차례 준법운행, 준법투쟁을 벌였다. 철도노조는 배차 시간과 규정속도 지키기를, 화물연대는 고속도로의 경제속도 유지 따위를 투쟁 수단으로 삼았다.
이렇게 법규를 규정대로 지키면서 하는 일이 오히려 사용자에게 불편하고 손해가 된다면 그 사용자인 우리는 불법·위법·탈법·편법에 길들어 온 셈이다. 지하철 전동차를 두고 생각해 보자. 규정대로 역마다 30초를 멈추면 지루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규정보다 빨리 떠나는 탈법과 편법의 전동차를 타고 다닌다. 법 따로 행동 따로다.
법을 지키면 불편하고 손해를 보는 사회, 불법과 탈법으로 편의와 이익을 누려 온 시민정신, 계속 그대로 덮어두어야 할까 법 규정이 잘못되었으면 고쳐야 하고, 법 집행이 잘못되었으면 더는 버릇이 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법과 말을 바로 세우자. 그러려면 법도 말도 우리네 마음가짐도 떳떳해야 할 것이다.
조재수/사전편찬인 ⓒ 한겨레(http://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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