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노조 성과를 넘어 자본의 공세를 넘어
<특집-노동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
현대자동차 임단협 타결 이후 노무현 정권과 재계, 보수언론의 대대적인 파상공세가 진행되고 있다. 노 정권은 "법과 힘으로 밀어붙일" 의사를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고, 재계는 '조·중·동' 등 보수언론의 스피커를 빌어 상식 이하의 현실 왜곡·노동운동 매도에 한창이다.
김태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공세는 주40시간 근무제, 경영참가 등 현자노조의 성과에 위기감을 느낀 세력들이 노동조합의 무력화, 노동자들의 분열을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노사관계 틀을 만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분석한다.
그 첫 타깃은 주5일근무제다. 정부·재계·보수언론은 '삶의 질 향상'이라는 본 취지는 외면한 채 철저히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관점에서 이를 접근하고 있다. 반면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조직·대기업·정규직 노동뿐 아니라 중소영세·비정규직·미조직·여성 노동자 모두가 '노동하기 좋은 나라'에 살 수 있게 하기 위한 사활을 건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노동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현 상황은 노동운동진영이 긴장감을 가지고 적극 대응하지 않고 안이한 자세를 가지면 '사회적 고립' 등 심각한 위기가 찾아올 수 있는 국면"이라고 규정한다. "상당 부분 보수언론의 왜곡된 공세 탓에 형성된 것이긴 하지만, 어찌됐든 '대기업노조 이기주의' '대책없는 투쟁' '경제위기 주범' 등의 논리가 국민 정서에 먹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노동운동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민주노총이 이전까지 '사업과제' '구호'로만 존재했던 '사회공공성 강화 투쟁'을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도하기로 한 점이다. 민주노총은 현재 '사회공공성강화위원회'(위원장 유덕상 수석부위원장 내정) 구성을 마무리한 상태이며, 곧 국민연금 개악저지, 보건의료 보장성 강화, 공교육 구조개혁, 조세개혁, 비정규직 사회보험 실질 적용, 공공주거 확대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오건호 민주노총 정책부장은 이와 관련 "재계·보수언론의 최근 공세와 무관하게 시작한 것이지만, 사회공공성 강화 투쟁은 노동조합운동이 소속 조합원, 조직노동자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이해와 요구에 부응하려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왜곡된 여론몰이에 실천적으로 대응하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 좀 더 깊이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할 과제도 있어 보인다. 현자노조가 경영참가와 관련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은 '비현실적이다' '생산성이 떨어진다' '회사 망한다'는 재계·보수언론의 논리를 실천적으로 깨뜨린 명백한 사례이며, 다른 사업장에도 상식처럼 퍼져나가야 할 '전범'이다. 그러나 송태경 민주노동당 정책국장이 지적하듯 "개별 기업 내에서 산발적인 흐름만 있을 뿐 노동운동진영 내에는 경영참가와 관련한 큰 틀의 구체적 대안이 없는 게 현실"이다.
경영참가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절반 가까이(44%, 노동연구원 지난 5월 조사)에 이르는 상황에서 이는 일종의 '직무유기'와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송태경 국장은 "기업 구성원이 기업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온갖 공금유용, 횡령, 부당한 결정, 고용불안 등을 해소해 한국경제의 미래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점에서도 경영참가는 중요하다"며 "노동운동은 현장의 요구와 흐름을 반영해 어느 수준까지 참여할 것인지, 얼마만큼 촉진시킬 것인지, 어떤 형태로 경영참가를 해나갈지 법제도적 대안을 세워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산별노조 건설에도 더욱더 박차를 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 현대자동차 임단협과 관련, 노조측엔 한가지 치명적인 딜레마가 있다. 노조 한 관계자는 "많은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산별노조 전환 문제가 걱정"이라고 토로한다. 임금인상, 주40시간 근무, 경영참가 등 조합원들의 만족도는 크지만, 어찌됐든 '단위' 노조 차원의 성과이고, 이는 조합원들에 "우리만 뭉치면 잘살 수 있다"는 정서를 퍼뜨려 산별노조 전환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이다. 다른 대안은 없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끊임없이 교육·설득하고, 비정규직·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과의 공동사업을 꾸준히 펼쳐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 기업 간 노사관계 불균형을 해소해나가야 한다"는 김태현 부소장의 지적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김 부소장은 "조선, 반도체 등 다른 업종 쪽 노사관계에서는 노조의 힘이 턱없이 취약한 게 현실"이라고 진단하면서 "현대자동차의 성과가 다른 업종, 다른 노조에 확산되기 위해선 조직력 복원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렇지 않을 경우 산별전환, 사업장 간 연대 문제 등에서 상당히 큰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며 "노동운동진영은 '현장조직력 강화' '어용노조 박살' 등 원론적인 주장 이외에 좀 더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동우kow@kdlpnew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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