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소식마당 > 언론보도

 

[오마이뉴스] “남한은 사회주의 체제?”
운영자
1039 1203  /  3
2003년 07월 24일 09시 05분 47초
“남한은 사회주의 체제?”
[속보, 경제] 2003년 07월 23일 (수) 14:12


<오마이뉴스>는 우리 사회의 각종 현안에 대해 좀더 깊이있는 분석과 대안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대안칼럼]을 신설했습니다. 매주 2차례에 걸쳐 <대안연대회의> 소속 국내외 학계와 연구소 전문가 10여명이 칼럼진으로 참여할 예정입니다.(칼럼진 명단은 아래 덧붙인 글 참고) 이번에는 성공회대 유철규 교수가 현 정부의 노사문제 해결 방식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담은 글을 보내왔습니다... 편집자 주

“남한은 사회주의 체제?(Is South Korea Socialist?)”


지난 주 7월 14일자로 미국의 주간 시사지인 뉴스위크(Newsweek)지 인터넷판에 실린 기사제목이다. 철도파업에 대해 협상을 제안하지도 않고 신속하게 공권력 개입을 결정한 것을 두고 논평하는 가운데 붙인 것이다.


이러한 정책 변화가 한국이 사회주의로 가고 있다는 국내외적 비판에 (놀란) 대응이라고 평하고, 이제 조금씩 새 대통령이 정신을 차려 가는 것이 아닌가라는 투의 토를 달아 놓기도 했다. 이와 비슷한 기사로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 있다.


1998년 초라고 기억되는데, 한창 아시아 경제위기가 전 서구 언론의 지면을 채우던 시기에 영국의 세계적으로 유력한 경제지인 파이내셜 타임즈(Financial Times)가 “일본 사회는 사회주의 사회”라고 논평한 기사를 실은 적이 있었다.


이러한 기사들을 사회주의 경제체제나 서구 자본주의의 현황, 그리고 자본주의 발전의 역사에 대한 상식도 갖추지 못한 이상한 이야기라고 일축해 버릴 수 없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일본은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한국 내에는 바로 앞의 기사에 깔려있는 입장에서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평가하고 개혁과제를 설정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위 기사와 같이 명시적으로 사회주의적이라는 평가를 내리지는 않지만 경제철학적 유사성은 대단히 강하다.


사회주의 체제와 헌법개정


이러한 입장의 꼭대기에는 대한민국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자리잡고 있다. 예를 들어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의 한 연구기관에서는 2002년에 <경제정책백과>를 펴냈는데, 거기에서 현재의 헌법으로는 경제적 자유를 보장하고, 경제에 대한 국가개입을 배제할 수 있는 헌법상의 해석을 얻어 낼 수 없기 때문에 전면적인 헌법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헌법에서 경제적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제시되는 조항의 범위도 대단히 광범위하다. 제11조 1항의 평등권에서부터 경제에 관한 제9장 전체의 내용이 개정 대상에 포함된다.


이와 관련해서 한 언론은 이 연구의 담당자를 인터뷰하고 나서 “‘경제민주화’란 개념은 관치(官治) 평등주의를 정당화시키고 사회주의적인 색채가 짙은 조항이므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라는 해석을 실었다(2002년 2월 25일자 조선일보). 경제적 효율성을 달성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장애로 지적되곤 하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하는 이유로도 비슷한 관점들이 제시되는 경우가 종종 발견되곤 한다.


세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반공국가였던 대한민국의 기존 헌법이 어떻게 비(非) 자본주의적인, 혹은 좀 심하게 말해 사회주의적인 요소들로 들어차 있다는 말일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이미 언급했던 헌법 제 11 조와 제 9 장에 속하는 제 119 조의 일부라도 한번 읽어 보자.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제 11 조 2항)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제119조 2항)


정치공세로 씌여지는 사회주의 개념


이제 지금까지 소개한 기사와 견해들에서 발견되는 공통적인 관점으로부터 무엇을 사회주의적이라고 부르는지 대충이라도 파악할 수 있다. 그것은 ‘사회적 통합’이나 ‘사회적 합의’에 대한 정치적·사회적 관심을 가리킨다.


그리고 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것들은 분명 옛소련이나 북한의 체제와는 아무 관련도 없는 것들이어야 한다. 이렇게 좋은 내용이 옛 사회주의국가들이나 북한과 관련이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롭게 만들어진 사회주의 개념에다가 옛 냉전에서 자유롭지 못한 채 지금도 사회주의적이라는 표현이 정치적 공세로 먹혀드는 한국사회의 고정 관념을 껍데기로 씌우고 있는 것이다.


“저것은 사회주의적인 것이다. 아니다”라는 껍데기 표현에 눈을 둘 것이 아니고, “국민은 경제적 생활에서 차별을 받지 말아야 하는가 아닌가”, “국가는 적정한 소득의 분배에 책임이 있는가 아닌가”, 혹은 “경제 민주화는 우리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인가 아닌가” 라는 내용을 질문해야 토론도 되고 우리사회 발전의 목표와 수단, 즉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에 대표적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조차 현재 우리경제 침체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사회불안 즉 ‘사회적 통합’의 약화를 꼽았다는 점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청와대 정책실이 우리나라의 사회통합성 정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 20개국 가운데 18위로 나타났다고 밝힌 것도 맞는 말이지 싶다.

/유철규 기자 (ohmynews@ohmynews.com)



--------------------------------------------------------------------------------


  
쓰기 목록 추천 수정 답글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