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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경제난을 파업탓으로만 돌려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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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6월 27일 15시 36분 13초
경제난을 파업탓으로만 돌려서야


조흥은행 노조 파업에 이어 대구·부산 지하철 노조 파업 등이 대화를 통해
해결된 것은 어찌됐든 긍정적인 일이다. 현재 진행중이거나 예고된 파업들도
이처럼 당사자들이 대화로 풀기를 기대한다. 그런 면에서 정부 한쪽과 재계의
인식·대응방식에 걱정스런 대목이 적지 않다.

우선 고건 국무총리가 최근의 줄파업을 ‘명분없는 정치적 파업’이라고 규정한
것이 그렇다. 노동계가 내세운 쟁점들에는 정부 정책과 관련된 사항들이 많아
‘정치적 파업’으로 볼 소지가 있기는 하다. 그렇다고 해서 ‘명분없는’
파업이라고 곧바로 단정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들 사안중에는 노동계의
이해가 걸린 것들이 많을 뿐더러 정부가 노동계와 적극적인 대화를 하지 않아
상황을 악화시킨 것들도 있기 때문이다. 고 총리는 파업이 국민 생활과
국가경제의 뿌리를 위협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파업이 그런 정도에까지
이르렀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정부가 이런 식으로 한국경제의 어려움을 노동계
탓으로만 돌리려는 것은 온당치 않다.

특히 전경련과 경총 등 경제5단체의 대응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며칠 전 이들은
노동계가 줄파업을 중단하지 않으면 “기업은 투자 축소, 고용 감축, 공장
해외이전 등의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일반 국민들에게 끼치는 파장
등을 감안할 때 노동계에 이보다 더 위협적인 발언이 있을 수 있을까.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해도 금도에 크게 어긋났다. 경제단체의 이런 과잉대응에는
우리경제의 어려움이 전적으로 노조 파업 탓에 빚어졌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는 부분적 진실일 뿐이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경제난이 심화된
것은 국내 기업들이 세계경제의 침체라는 환경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탓이 크다. 게다가 경제단체의 인식에는 여전히 권위주의 시대의 억압적 노조관과
기업은 대주주의 개인소유물이라는 사고가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이래 가지고는
상생의 노사관계를 창출해 경제를 한단계 도약시킬 수 없다. 노동계 역시 무리한
요구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러다간 국민들한테 따돌림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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