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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궤도연대 파업이 집단이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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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6월 20일 23시 36분 32초
궤도연대 파업이 집단이기주의?


대한민국의 공공시설에서는 휘발유 1리터로도 수백명의 인명피해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 준 대구지하철 참사의 충격이 아직도 국민의 뇌리에 또렷한 지금 대구, 부산, 인천 지하철 노동조합은 지하철 안전과 관련해 대정부 교섭을 요구하며 연대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조중동’을 비롯한 대다수 언론들은 언제나 그랬듯 노조가 단체행동으로까지 치달을 수밖에 없는 이유와 쟁점을 외면한 채 ‘화물연대, 전교조 등에 이은 집단이기주의의 분출’로 매도하면서 정부의 강경대응을 선동하고 있다. 제도언론의 단정처럼 우리의 요구는 정말 집단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인가

대구 참사가 일어나고 다음날부터 언론은 ‘마스컨 키’가 모든 문제의 핵심인 것처럼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면서 열차 승무원과 지하철 노동자들을 마녀로 둔갑시켰다. 전국의 지하철 노동자들은 죄인 된 심정으로 자문했다. ‘만일 나에게 똑같은 상황이 닥쳤다면 어떻게 했을까’ 아마도 수갑을 차고 고개를 떨군 그 승무원의 처지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노동조건으로만 본다면 아이엠에프 외환위기 이후 개통된 인천지하철은 그보다 훨씬 적은 인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결국 다시 그런 끔찍한 사태가 일어났을 때 우리들 가운데 누구라도 ‘공공의 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괴롭지만 인정해야 했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 것일까

가칭 ‘궤도연대’(한국철도, 서울지하철, 도시철도, 부산·대구·인천 지하철 노동조합)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하철이 다니는 도시의 시민 1300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54.6%가 여전히 불안감을 느끼며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고, 79.2%는 대구 참사 이후 정부나 지자체가 세운 재발방지 대책이 미흡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게다가 83.2%의 시민들이 현재 도시철도와 대구, 인천에서 시행하는 1인 승무제를 2인 승무로 전환해야 한다고 응답하였다. 그러나 이를 근거로 한 궤도연대의 요구에 정부와 지자체는 여전히 책임을 서로 미루며 예산타령을 하고 있다. 수많은 목숨이 어이없게 희생되는 것을 보고도 안전은 여전히 돈에 밀려 천덕꾸러기가 되는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경영합리화’라는 명분으로 공공부문에 용역과 위탁을 확대하도록 강요하였고 일부 공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했다. 그 결과 인천과 부산의 지하철에서는 매표 및 전동차 정비 등 동일노동을 하고도 정규직 노동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양산되었다. 이를 곁에서 무기력하게 지켜보는 정규직 노동자 역시 막연한 고용불안을 느끼면서 노동현장은 갈수록 황폐해지고 있다. 지하철 역사의 청소를 담당하시는 우리의 어머니들은 60만원도 못 되는 월급을 받으며 오늘도 지하의 구석진 창고에서 쓰레기를 분리하고 계신다. 이것이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경영합리화’의 실체다. 정말 문제가 없다는 말인가

취임 이후 노무현 대통령은 공개된 자리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원칙”이라는 말도 했고, “정부부터 비정규직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지시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텔레비전 토론()에도 나와서 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의 아픔을 나누어야 한다고 강조한 대통령이 궤도연대의 ‘용역철회’ 요구에는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대구 참사가 난 지도 100일이 넘었다. 현장을 방문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지하철”을 약속한 대통령이 이제 답해야 한다. 안전은 결국 돈의 문제라는 사실을, 공공성과 효율성이 똑같은 무게로 양립할 수 없다는 사실을 대통령은 잘 알 것이다.

개인적인 고민을 하나 털어놓자면, 지난 대선에서 나도 모르는 어떤 ‘신열’에 들떠 돼지저금통을 깼던 노사모 회원으로서 요즘 대통령의 행보를 지켜보며 여전히 지지를 보내기 위해서 최면이라도 걸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지하철 내장재를 불연재로 교체하는 비용과 패트리엇 미사일 구입비용이 겹치고, ‘2인 승무제’ 전환비용과 기업의 ‘룸살롱 접대비’에 부과하지 않는 세금 액수가 겹치면 나도 모르게 맥이 풀린다. 대구 참사의 근본책임은 지하철 운영을 ‘효율’로만 대한 정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언론에 한마디. 궤도연대가 요구하는 ‘안전한 지하철을 위한 정부대책’이 ‘집단이기주의’라면 기업의 정상적인 세무조사를 ‘언론탄압’으로 규정하는 당신들은 집단이기주의가 아니고 무엇인가


김선주/인천지하철공사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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