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조합원이여 일어서자!
열차의 발인 선로를 지키며 불철주야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계시는 전국의 시설조합원 동지 여러분!
추위로 움츠렸던 겨울이 가고 입춘(立春)이 지났지만 우리의 가슴은 반대로 꽁꽁 얼어붙고 있습니다.
바로 '정권인수위'에서 발표한 철도구조개혁안 때문입니다.
인수위의 발표 내용은 국민을 위한 공공철도의 발전 대안이 아니라 철도노동자들이 한 목소리로 반대하였던 '민영화'를 그럴싸하게 포장한 것에 불과합니다. 더욱이 시설과 전기부분에 대한 외주화를 명시하여 우리 시설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지난 100여 년간 철도를 지켜온 우리는 수많은 선배·동료·후배들이 열차에, 작업 차량에 치어 숨져 가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시설 조합원들은 그 시체를 수습하면서 그들이 흘린 피와 살점들을 가슴에 새기면서 담배 한 대, 술 한잔에 설움을 날려왔습니다.
인원은 줄고 작업량은 늘어났지만, 우리는 묵묵히 견뎌 왔습니다. 조명도 없는 컴컴한 터널과 안전난간 없는 교량에서 일하는 것도, 침목을 나르고 레일을 바꾸다가 허리가 절단나고, 무릎이 바스러지고, 손가락이 잘려나가도 우리는 참아 왔습니다. 조용하게 지내는 것만이 나도 살고, 우리 가족도 사는 길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기대는 산산이 조각나 버렸습니다.
정권인수위는 우리의 일터를 시설(전기ㆍ시설)과 운영부분으로 분리하고, 시설분야는 업무의 외주화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습니다. 우리의 고용보장은 확실하게 명시하지도 않은 채 말입니다.
이러한 발표는 정규직 노동자는 최소한으로 줄이고, 웬만하면 다 외주화해 하청에서 일하는 비정규노동자를 늘여, 우리가 열차에 치이거나 혹은 과로로 쓰러져 죽던,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안전이 어떻게 되는 상관없이 오직 '적자만 안 나면 된다'는 생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철도를 시설과 운영부분으로 나눈 것은 이미 영국에서 처참히 실패한 정책입니다.
시설에 대한 투자를 담당하는 주체와 영업 등을 담당하는 주체가 다름으로 인해서 영국에서는 수많은 열차사고가 발생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바로, 철도는 모든 업무가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무시한 정책이 가져온 결과는 시민의 안전과 철도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 밖에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저들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우리가 시키면 시키는 데로 묵묵히 일만 하는 머슴이 아니라 우리의 생명과 생존을 스스로의 힘으로 지켜낼 줄 아는 당당한 노동자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것도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열차의 발인 선로를 곡괭이와 삽으로 책임지는 시설노동자라는 것을 말입니다. 펜으로 우리의 생존권을 주물럭거리는 놈들에게 철도노동자의 무서움, 시설노동자의 무서움을 보여줄 때가 된 것입니다.
투쟁조끼를 입고, 움켜쥔 손을 하늘을 향해 내지르며 우리가 살아 있음을 보여줘야 합니다.
우리의 생존과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분노할 줄 아는 노동자가 되어야 할 때입니다.
선로 위에서 일하는 전국의 시설 조합원 동지 여러분!
우리 하나 하나의 결의와 의지가 나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할 것입니다. 마음을 다잡고 굳건히 지켜냅시다. 우리의 일터를.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앞장서 투쟁할 것입니다.
전 시설노동자의 힘과 차량, 운전, 운수, 전기 등 모든 철도노동자의 힘을 모아 반드시 우리의 일터를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고, 죽지 않는 우리의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합시다. 힘차게 투쟁합시다.
2003년 2월 6일
전국철도노동조합 시설분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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