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원장
사퇴에 즈음하여 조합원동지들께 드리는 글
존경하는
조합원 동지 여러분!
저는
지금 조합원 동지들에 대한 무한한 책임과 철도노동조합의 새로운 전진을
위하여 오늘로서 위원장직을 사퇴하고자 합니다.
2002년
8월 보궐선거를 통해 위원장에 당선된 이후 2003년 6·28 투쟁과
오늘에 이르기까지 1년4개월 여 기간동안 동지여러분들과 함께 해온
날들이 지금 이 순간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또한, 부족한 저를 믿고
한겨울의 추위속에서나 장대비가 쏟아지는 악천후 속에서도 투쟁의 한길을
개척하여 오신 2만여 조합원 동지들과 현장의 간부동지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깊은 감사와 뜨거운 동지애를 드립니다.
자랑스런
철도노조 조합원 동지 여러분!
우리는
지난 2000년 공투본 투쟁으로 쟁취한 직선제를 통해 54년만에 민주노조를
건설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민주노조 건설이라는 기쁨을 누릴
여유도 없이 수십년 동안 산적하게 쌓여 있는 현안문제와 철도민영화를
기도하는 정부와의 투쟁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50여년의 노동조합이 있었지만 철도는 여전히 24시간
맞교대제와 주휴일조차 보장되지 않는 노동조건이 계속되었고 조합원의
가슴에는 1년 내내 근조리본이 떨어질 날이 없을 정도로 수많은 동료들을
철길에 묻어 왔습니다.
10년이
넘는 해고선배님들은 단 한 분도 철도현장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민영화와 고속철도 분리라고
하는 공세로 조합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었습니다.
굳이
민주노조를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제대로 된 노동조합이라면 어찌
이 상황을 피해갈 수 있었겠습니까? 조합원들의 단결된 투쟁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권의 과제였고 철도의 미래가 달린 전 철도인의 지상명령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한 투쟁의 과정에서 수많은 조합원들은 풍찬노숙을 마다하지
않았고 조합의 간부들은 징계와 해고 그리고 구속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철도노동자들이 철도민영화에 맞서 투쟁해온 지난 3년을 돌이켜 보면
말 그대로 ‘고난의 행군’이라 할 것입니다.
2002년
2·25, 2003년 4·20 투쟁을 통해 우리는 철도민영화를
공식적으로 철회시켰고 새로운 단체협약을 갱신하였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철도개혁은 철도노동조합 등 이해당사자들과의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추진한다’는 4·20합의서가 채 마르기도 전에 조합원
생존권의 가장 기본이 되는 연금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6월 입법을
강행하였고 우리는 총파업투쟁으로 이에 맞섰습니다. 6·28투쟁을
두고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철도노동자들의 투쟁은 정당하였고 역사가
이를 증명할 것입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직대 집행부를 중심으로 한국철도공사법의 상임위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많은 동지들이 투쟁을 전개하였지만 이를 성사시키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공사법안이 연내 국회통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로서 지난 3년여간의 철도민영화를 둘러싼 철도노동자들의 투쟁이
일단락 되는 전환점에 서 있으며 저를 비롯한 노동조합도 이와 운명을
같이 해야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저는
노동조합의 위원장으로서 조합의 당면 투쟁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투쟁이 완전한 승리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철도노동자들의 완전한 패배도 아닙니다.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오로지 부족한 저의 과오이고 지난
시기 쟁취했던 소중한 성과는 모두 동지들의 투쟁의 결과입니다.
무릇
민주노조 간부의 전통은 조합원들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과 높은 도덕성에
기초한 헌신성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저의 이러한 결정이
조합의 향후 진로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을 종식시키고 철도노동자가
다시 한번 일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충심으로 기원합니다.
비록
우리가 당면한 투쟁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였지만 우리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 동안의 소중한 성과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러한
소중한 성과를 지켜내고 한계와 오류는 극복하여 내년 공사전환에 따른
특단협을 비롯한 조합의 향후일정과 현안문제는 직무대리를 중심으로
일관성 있게 마무리를 지어 줄 것을 당부드립니다.
존경하는
조합원 동지 여러분!
노동자에게
단결이 생명이라면 분열은 죽음일 것입니다. 우리는 그 동안 사소한
차이를 뛰어넘어 공공철도 건설과 생존권 사수의 목표아래 하나되었습니다.
‘철도의 역사는 철도노동자가 개척한다’는 자부심으로 현재의 어려움을
다함께 극복해 나갑시다. 저도 그 길에서 백의종군하면서 언제 어디서나
동지들과 그리고 자랑스러운 철도노동조합과 영원히 함께 하겠습니다.
동지여러분들의
건승과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힘찬 전진을 기원하면서....
2003.
12.18.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 천환규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