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노조는 국내외 다양한 자료를 모아 철도공사가 추진하는 ERP를 분석해 왔는데, 자료들을 분석하면 할수록 철도공사가 도대체 ERP가 뭔지 알고는 있는 것인지 의문만 더 커지고 있다. 그러던 중 지난 5월 철도노조에 한 통의 투서가 배달되었다. 이번 철도 ERP에 참여하는 삼성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한 노동자가 익명으로 보낸 투서는 '철도 ERP는 철저히 실패한 사업'이라고 밝히고 있었다. 노조에서는 그동안 다양한 경로를 통해 투서의 진의를 확인하고, 담긴 내용을 다른 자료들과 분석하느라 공개가 늦어지게 되었다. 투서의 중요 부분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첫째, 철도공사 ERP 사업은 실패입니다. 아마, 공공부문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남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둘째, ERP SAP Solution은 전 세계적으로 철도사업에서 검증이 되지 않았습니다. 셋째, 철도공사는 수백억을 들여서 ERP를 도입할 필요가 없습니다. 넷째, 철도공사 경영진의 의사결정 지연, 공사 참여요원들의 자질부족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특히, 공사 부장급 요원들과 IT요원들의 자질은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 투서 내용 중 - |
이러한 내용은 그동안 노조가 분석한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 우선 철도 공사는 ERP를 구축하기 이전에 국내외 철도 산업에 구축된 ERP 사례 분석이나 수익성 평가를 전혀 하지 않았다. ERP는 엄청난 예산이 투여될 뿐 아니라 집행과정에서 여러 가지 요인으로 실패할 확률이 높은 사업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기업은 ERP를 구축하기 이전에 비슷한 산업에 적용된 ERP의 효과나 성공과 실패 사례를 분석하고, ERP를 도입할 경우 비용 대비 수익성 평가를 하는 것이 관행이다. 그런데, 철도 공사는 이미 1단계 사업이 완료된 현재 시점까지도 그런 연구를 진행하지 않고 있으며, ERP만 구축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처럼 찬양론만 남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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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한 노동자가 익명으로 보낸 투서 |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 더 심각한 것은, 철도 ERP구축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 SDS가 한국철도공사의 ERP 사업 이전에는 국내외에서 철도산업 ERP를 단 한 차례도 구축해본 경험이 없는 점이다. 철도 공사는 자기가 가야할 길도 모르는 상태에서, 처음 운전대를 잡아보는 초보운전자에게 자기 생명을 맡기고 희희낙락하고 있다.
둘째, ERP라는 시스템은 철도 산업에 전혀 맞지 않는다. ERP는 회사 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업무를 하나로 묶는 정보화인데, 철도 공사가 추진하는 ERP에는 그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운행'이 빠져 있다. 마치 생산 시설에서 공장만 빼고 ERP를 실시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다른 산업의 경우에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경우이다. 이는 아직 ERP라는 시스템이 철도 산업에 맞지 않기 때문인데, 철도공사는 타 산업이나 타 공사에 설치된 ERP만 보고 정보화가 되면 무조건 좋을 것이라는 환상에 빠져서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많은 전문가들이 ERP의 구축 성공여부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현장 노동자의 적극적인 참여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런데도 철도 공사는 처음 ERP설계과정부터 노조를 배제시킴으로서 그 가장 중요한 원칙을 스스로 어겼다. 그리고 이제 와서 노조에 협조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 이야기이다.
철도공사의 ERP는 파고들어 갈수록 첩첩 산중이다. 현재 철도 공사가 추진하는 ERP는 프로그램만 약 400억 원, 부대비용까지 포함하여 약 1,400억 원이 들어가는 엄청난 대규모 사업이다. 이제라도 철도공사는 더 이상의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엉터리 ERP사업 추진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삼성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한 노동자가 익명으로 보낸 투서



